공장 해외 이전 이어 패널도 ‘명분보다 실리’
만성적자 폰 사업 ‘판’을 바꾸기 위한 결단
LG전자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와 롤러블폰 개발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조합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하나다. ‘OLED=LG’ 이미지 때문이다. OLED 패널 시장을 이미 세계 최초로 열고 이후 수많은 ‘세계 최고 ‘세계 최초’ 꼬리표를 단 성과를 내놓은 LG전자가 이번에 그 파트너를 LG디스플레이가 아닌 중국업체를 골라서다.
롤러블은 OLED의 하나의 결정체로 평가받는다. 자발광으로 화려한 화질도 의미 있지만 물성 특징으로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가능해서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만든 롤러블TV가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배경이다.
그런 LG전자가 개발 파트너로 BOE를 잡겠다는 것은 ‘명분보다 실리’ 때문이란 해석이다.
취임 2년이 지난 구광모 LG그룹 회장 그리고 작년 말 취임한 권봉석 LG전자 사장 모두 ‘실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기술평준화 수준에 다다르자 대안으로 새로운 폼 팩터가 요구된다. 주목받는 것이 ‘폴더블’ 그리고 차기작으로 ‘롤러블’이다. 아직은 BOE가 기술력에서는 밀리지만 가격적인 메리트는 확실히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BOE는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이 회사를 필두로 한 중국업계는 모바일 OLED패널 시장에서도 5년 후 한국을 앞지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업계도 ‘모바일향’에 대해서는 부인을 하지 못한다.
권 사장은 내년에 스마트폰(MC) 사업부 흑자 전환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고 고객이 납득 가능한 가격의 롤러블폰을 출시해야 한다. 해법으로 BOE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외부에서도 LG전자 공장 해외 이전에 이은 실리주의 결정으로 본다. 소위 ‘만년적자’ MC사업부의 반전 카드인 셈이다. 그룹내에도 ‘경종’을 울리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지난해 경기도 평택 휴대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 한데 이어 이번에는 구미 TV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옮겼다.
LG전자 내부 관계자는 "구 회장, 권 사장 모두 실리주의 기조가 강하다"며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없애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런 결정도 연장선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배 기자 joon@chosunbiz.com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