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통장 이어 보험 전문 법인 설립…금융업 가속화
카카오페이증권, 140만 계좌 발급하며 '메기 효과’ 톡톡
막대한 포털 영향력 이용한 연계 서비스 관측

국내 대표 ICT기업 네이버·카카오가 금융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막대한 가입자 수를 무기로 두 곳 모두 은행·보험·증권·결제까지 금융권 전(全) 영역에 손을 뻗는다. 은행 등 전통 금융권은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래픽=김다희
그래픽=김다희
통장 이어 보험 플랫폼 내놓는 네이버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곧 보험업에 진출한다. 금융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네이버는 6월 2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엔에프(NF)보험서비스'라는 상호로 법인 등록을 마쳤다. 이는 6월 8일 네이버 통장이 출시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네이버가 금융 부문을 확실히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로 읽힌다.

NF보험서비스는 보험사와 계약하고 보험 판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법인 보험 대리점(GA) 형태로 보인다. 자본금 총액은 3000만원이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건물에 둥지를 튼다. NF보험 출범 시기와 내용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네이버페이·통장과 연계한 서비스가 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진출하기 이전부터 보험은 온라인 계약 건수가 이미 급증하고 있었다"며 "보험사 입장에선 상품을 더 적극 팔아줄 수 있는 파트너가 생기는 셈으로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네이버가 특정 보험사와 협업해 독점 상품을 만들 경우는 일부만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보험 뿐 아니라 금융 전방위로 사업을 확대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달 미래에셋대우와 합작해 내놓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 '네이버 통장’은 출시 한 달여 만에 가입자 27만명을 확보하며 순항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비즈니스 대출 상품 출시 가능성도 제기돼 시장 기대를 받는다.

카카오는 결제·증권 부문 두각

카카오 역시 막강한 플랫폼 파워를 이용해 간편결제·증권 등 금융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2000만명 이상 가입자를 확보했다. 또 1300억원의 선불 충전금을 쌓으며 네이버페이·NHN페이코·토스와 더불어 대표 간편결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는 2월 출시 한 달도 안 돼 50만 계좌를 돌파하며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는 4개월 만인 지난달 말 기준 140만 계좌를 넘어섰다. 계좌 개설자 연령대도 중장년층이 증가하는 추세다. 20대(31.3%)와 30대(30.8%)가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40대(21.9%)와 50대(9.5%)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카카오페이증권 측 설명이다.

금융 업계는 카카오페이증권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높아졌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올 하반기 카카오페이와 연계 서비스를 확대하고 금융투자 상품도 늘릴 것으로 점쳐지면서 위협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어렵고 복잡하던 금융 상품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바꾸며 기존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강점은 결국 접근성이다"라며 "모바일 플랫폼 하나로 은행·결제·증권 등 금융서비스를 비대면으로 볼 수 있다는 차별화 포인트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기존 금융 인식을 쉽게 바꾼 대표 사례로 비대면 플랫폼 사업자가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을 줄여 리워드·이자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모객하면 증권·보험 가입에 크게 생각이 없던 사람들도 상품에 발을 들일수 있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기업가치↑·주가 고공행진에… 분위기 역전 "살아남아야"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네이버·카카오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10만원 대 수준이던 주가는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주가는 15일 종가기준 각각 28만6500원, 33만7500원이다.

꾸준한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은 네이버가 47조원, 카카오는 30조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신한금융(14조2264억원), KB금융(14조8236억원), 하나금융(8조3467억원), 우리금융(6조 3487억원)의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네이버 통장·카카오페이증권 등이 시장에 등장했던 초기와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당시만 해도 전통 금융권은 네이버·카카오 시장 진입이 자극이 될 수는 있으나, 이미 고액 자산가들을 보유한 증권·보험사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네이버·카카오의 금융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지고, 금융권 전(全) 영역에 광폭 행보가 이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권 시장 진입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금융사 내부도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하다"며 "비대면 모바일 플랫폼 강화를 위해 UI를 개편하거나, 온라인 사용자 중심 서비스로 확장하는 등 조정이 빠르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금융과 비금융이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디지털·비대면에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금융사는 도태되고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은행업무가 정말 쉬워졌다. 때문에 기존 금융사 가운데 모바일로 전환하지 못한 은행권은 사용자 이탈이 불가피하다. 빠르게 적응하는 곳만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네이버, 카카오 등 ICT기업 약진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포털의 이점을 살린 각종 서비스와 간편결제, 포인트 등이 연계하면서 성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중심으로 커머스 고성장, 금융 사업 확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웹툰 콘텐츠의 글로벌 침투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최근의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디지털 수요 증가에 따른 성장세가 더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생태계는 계획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네이버 통장 등 네이버 주요 서비스간 시너지 창출이 전망되고 특히 네이버 쇼핑과 페이 이용률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