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한국 예술 시장에 숨겨진 문제 '정보의 비대칭'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박사과정
입력 2020.07.16 09:58
레몬과 오렌지. 모두 귤속(Citrus) 식물의 열매다. 겉모습도 비슷하다. 이 때 레몬인지 오렌지인지 파는 사람만 알고 사는 사람은 전혀 모른다고 가정해보자.

달콤한 오렌지를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레몬과 오렌지를 구분할 줄 몰라 레몬을 고른다면? 실망할 것이다. 정보가 부족해 먹고 싶은 오렌지를 살 수 없고, 시디 신 레몬만 고른다. 처음엔 소비자가 많더라도,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가 부족해 먹고 싶은 것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스레 시장에 들르지 않게 될 것이다.

경제학은 이처럼 파는 사람(판매자), 사는 사람(구매자)이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진 시장을 ‘레몬 시장’으로 비유한다.

레몬 시장에서 판매자는 구매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다. 재화의 품질을 잘 알아본다. 반면 구매자는 판매자보다 정보가 적어, 재화의 품질을 구별하기 어려워한다. 이 때, 저품질 재화는 원래 가치보다 높게 평가될 수 있다. 이 경우 저품질 재화가 고품질 재화를 시장에서 몰아내 결국 고품질 재화는 시장을 이탈하게 된다.

저품질 재화가 시장을 지배하면, 어느 순간 시장 속 소비자는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재화가 모두 저품질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 재화가 계속 공급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결국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재화를 소비하는 구매자가 점점 줄어들고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극단적인 경우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줄어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시장 실패’를 낳기도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한국 예술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여러 번 제기했다. 세계 예술품 가격 데이터를 수집하는 세계적인 회사는 최근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예술 시장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한지도 채 5년이 안된다.

물론, 지금이라도 예술 시장 데이터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이다. 지난 칼럼에 기고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이전 수집가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나 ‘이전 소유주의 정보를 공개하면 악의적 시선과 편견 때문에 예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등의 이유로 프로비넌스(Provenance, 예술품 거래 가격을 포함, 작품 전반에 대한 역사적 기록)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보의 비공개가 예술계의 관행이 된 것이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작품은 위작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실제 이우환에서 천경자까지 국내 유명 작가의 위작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0년 전후 저축은행 담보물로 설정된 예술품 가운데 위작으로 판명된 작품이 있을 정도다. 한국 예술 시장을 주도하는 유명 갤러리 및 경매회사에서 거래된 작품이라고 해도 항상 진품인 것은 아니라는 증거다.

지금 한국 예술 시장은 산업의 성장·발전을 위해 ‘참여자 수를 늘리는 것’을 가장 우선시한다. 이들 모두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려는 노력보다, 예술가와 예술품을 추천하는 이의 명성 또는 예술품 자체의 심미적인 측면만 강조한다.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소비자를 상대로 예술품을 거래한다면, 위 사례처럼 ‘예술 시장 참여자 수 늘리기’는 사상누각이 될 뿐이다. 예술품의 적정 가격, 진위를 판별하는 정보의 유무조차 모르는 소비자는 레몬 시장 소비자처럼, 예술 시장뿐 아니라 예술품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의심은 확신을 낳는다. 시장에 새로운 구매자가 많이 유입된다고 해도 빠른 시간 내에 시장 밖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한번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회복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단적인 예로, 한국 금융권은 저축은행의 예술품 담보대출 실패를 보면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술품 담보대출을 부정적으로 본다.

예술 시장의 지속가능성, 성장을 위해 정보 비대칭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예술 시장 참여자 수 늘리기’에 골몰하기보다는, 예술품 거래 가격을 포함한 프로비넌스 공개, 이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

한국 예술 시장은 레몬 시장이 아닌, 구매자가 어떤 것이 레몬이고 오렌지인지 판별할 수 있는 바람직한 시장이 돼야 한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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