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유한양행·GC녹십자 실적 호조
대웅제약·한미약품은 영업익 하락

올해 한국 5대 제약사 2분기 실적은 대체적으로 선방할 분위기다. 타 산업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았을 뿐 아니라 대면 영업을 대폭 축소한 것이 비용절감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제약사는 타 제약사와 소송 등 개별 이슈를 이유로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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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운 포트폴리오…2분기도 호실적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종근당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종근당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오른 3100억원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증가한 250~3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제약사 중 단연 돋보이는 영업력을 재확인한 꼴이다"라며 "아토젯(고지혈)과 이모튼(관절염), 텔미누보(고혈압) 등 주요 품목 성장을 바탕으로 실적을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종근당은 만성질환 치료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며 "이는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운 포트폴리오다"고 밝혔다. 또 "신제품 케이캡(위식도역류질환)과 큐시미아(식욕억제) 등은 모두 경쟁 제품의 시장 철수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고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GC녹십자, 2분기 실적 소폭 상승…3분기가 ‘진짜배기’

GC녹십자도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GC녹십자의 2분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최대 2% 증가한 3666억원으로 전망한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 줄어든 161억원으로 추정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녹십자의 2분기 실적은 남반구향 독감백신 수출로 인해 항상 양호했었다"며 "올해는 남반구향 독감백신(133억원)이 1분기에 미리 출하되면서 2분기 독감백신 수출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34% 감소한 27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분기와 2분기에 발생한 남반구향 독감백신의 합은 약 400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선박 출항시기가 늦어지면서 원래 2분기 인식됐어야 할 물량이 3분기로 이연되면서 2분기 저조한 이익 시현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선 연구원은 국내 독감 바이러스 유행 시기가 도래하는 올 3분기부터 GC녹십자의 수출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독감백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만큼, 다가오는 3분기에는 사상 최대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얀센 기술료 덕" 유한양행 흑자전환

1분기 실적이 크게 줄었던 유한양행은 2분기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올해 2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4152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54억원으로 예상돼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이 200억원을 돌파한 것은 2018년 1분기 257억원을 기록한 이래 2년만이다.

영업이익 회복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배경에는 4월 얀센으로부터 수령받은 3500만달러(약 432억원) 규모의 기술료가 있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마일스톤 중 약 300억원 가량이 2분기에 인식되면서 영업이익에 힘을 보탤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 급감 예상되는 한미약품

반면 2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낀 곳도 있다. 한미약품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275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같은 시기보다 무려 31%~50% 하락한 160억원~103억원으로 예상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모잘탄 패밀리와 로수젯, 에소메졸 등 주요 개량신약 품목들의 성장 지속이 전망되지만, 전년 동기 대비 마일스톤 유입이 부재하다"며 "연구개발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 역성장 또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한미약품 중국 법인의 실적 악화도 영업이익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북경한미약품 실적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코로나19 영향을 톡톡히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북경한미약품의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약 6.5% 감소했다"며 "2분기에도 그 여파가 지속돼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20%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경한미약품은 지난해 2분기 연구개발비를 과도하게 집행해 영업이익이 26억원에 그쳤다"며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으나 탑라인 감소 폭이 두드러지면서 영업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악재에 악재" 실적 하락 불가피한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 균주 도용 논란으로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패소 예비판정을 받은 대웅제약은 2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 2분기 매출은 약 10%, 영업이익은 60~90% 하락할 전망이다.

우선 대웅제약은 소송과 별개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적 부진이 전망치를 어둡게 한다. 에볼루스향(대웅제약의 파트너사) 수출 부진이 이유다.

일반의약품 매출 하락도 전망된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발암물질 검출 가능성을 이유로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판매를 할 수 없게 돼 알비스 판매는 잠정 중단됐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위장약 알비스 매출 감소로 단기간 전문의약품 매출이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2분기 전문의약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고, 일반의약품 매출은 22.7%, 수출은 68.4% 각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대웅제약은 ITC 패소에 따라 10년간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 수출 실적 감소는 불가피한 셈이다. 또 ITC 최종 판결 이후에도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소송비용이 실적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전망이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ITC 예비판정에서 최종판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흔치 않아 기대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다만 "증거 개시 과정에서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도용 관련 부분이 입증되지 못했고, 허가서류 조작으로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가 결정된 메디톡신 지적재산권을 ITC 위원회가 고려할 수는 있다"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