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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천자’ 필사 글감으로 김영랑(金永郎, 1903~1950)의 시를 골랐습니다. 김영랑은 본명이 김윤식(金允植)으로, "시를 살로 새기고 피로 쓰듯" 하며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 했던 대한민국의 시인입니다. 총·칼 대신 종이와 펜으로 일제와 맞선 김영랑의 결기는 오히려 시에서는 부드럽고 섬세한 서정성으로 나타납니다. ‘북에는 소월, 남에는 영랑'이라고 했던 평론가의 말처럼, 격조 높은 언어와 옥피리 같은 여운을 느끼며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김영랑은 1940년, 일제의 패악이 극에 이른 때에 이 시 〈춘향〉을 발표했다. 박팽년과 논개를 잇는 춘향을 시 세계로 불러내고, 원작인 판소리에서는 죽지 않고 해피엔딩을 맞은 춘향을 옥사한 것으로 묘사한다. 이 시의 춘향에겐 변학도뿐 아니라 이몽룡까지도 속악한 세계의 폭력적 타인일 뿐이다. 위는 영랑이 사망하기 1년 전인 1949년 여름 신당동 자택에서 찍은 마지막 가족사진으로, 왼쪽에서 두번째가 영랑.
김영랑은 1940년, 일제의 패악이 극에 이른 때에 이 시 〈춘향〉을 발표했다. 박팽년과 논개를 잇는 춘향을 시 세계로 불러내고, 원작인 판소리에서는 죽지 않고 해피엔딩을 맞은 춘향을 옥사한 것으로 묘사한다. 이 시의 춘향에겐 변학도뿐 아니라 이몽룡까지도 속악한 세계의 폭력적 타인일 뿐이다. 위는 영랑이 사망하기 1년 전인 1949년 여름 신당동 자택에서 찍은 마지막 가족사진으로, 왼쪽에서 두번째가 영랑.
춘향(春香) / 김영랑

큰 칼 쓰고 옥(獄)에 든 춘향이는
제 마음이 그리도 독했던가 놀래었다
성문이 부서져도 이 악물고
사또를 노려보던 교만한 눈
그 옛날 성학사(成學士) 박팽년(朴彭年)이
오불지짐에도 태연하였음을 알았었니라
오! 일편 단심(一片丹心)

원통코 독한 마음 잠과 꿈을 이뤘으랴
옥방(獄房) 첫날밤은 길고도 무서워라
서름이 사무치고 지쳐 쓰러지면
남강(南江)의 외론 혼(魂)은 불리어 나왔느니
논개(論介)! 어린 춘향을 꼭 안아
밤새워 마음과 살을 어루만지다
오! 일편 단심(一片丹心)

사랑이 무엇이기
정절(貞節)이 무엇이기
그 때문에 꽃의 춘향 그만 옥사(獄死)한단말가
지네 구렁이 같은 변학도(卞學徒)의
흉칙한 얼굴에 까무러쳐도
어린 가슴 달큼히 지켜주는 도련님 생각
오! 일편 단심(一片丹心)

상하고 멍든 자리 마디마디 문지르며
눈물은 타고 남은 간을 젖어 내렸다
버들잎이 창살에 선뜻 스치는 날도
도련님 말방울 소리는 아니 들렸다
삼경(三更)을 세오다가 그는 고만 단장(斷腸)하다
두견이 울어 두견이 울어 남원(南原) 고을도 깨어지고
오! 일편 단심(一片丹心)

- 1940년 7월 《문장》 18호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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