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왕국 일본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노리는 펭수를 폄훼했다. 펭수가 기존 일본 캐릭터를 표절해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펭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EBS측은 대응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매체 데일리 신초는 최근 보도를 통해 펭수의 원조 캐릭터가 일본 구마모토현 마스코트 캐릭터 ‘쿠마몬'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일본 SNS상에서도 펭수와 쿠마몬이 서로 닮았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21일 EBS 한 관계자는 "해당 매체의 기사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며, 대응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 회사측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주간지가 이런 억지 주장을 담은 기사를 낸 것은 일본 국내 혐한정서를 가진 극우집단 입 맛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1956년 출범한 모회사인 신초사는 좌파정당 정치인 스캔들, 살인사건 등 우익성향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자극적인 기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쿠마몬 / 쿠마모토현
쿠마몬 / 쿠마모토현
펭수와 쿠마몬을 두고 굳이 닮은꼴을 찾는다면 콘텐츠 제작 방식에 있다. 쿠마몬은 유튜브에 앞서 현지 방송국의 각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온 몸을 던져 펼치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인기를 높여 나갔다. 펭수 역시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주로 제공한다.

쿠마몬이 온 몸을 던져 개그를 펼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펭수의 경우 펭수 내장 친구의 입담과 연기력이 젊은층의 시선을 이끌었다. 한 장의 그림으로 출발한 쿠마몬과는 태생이 다른 셈이다.

쿠마몬은 쿠마모토현과 JR큐슈가 오사카와 히로시마 지방 주민들에게 ‘큐슈신칸센' 고속열차 개통을 홍보하기 위해 2010년 3월 5일 탄생된 캐릭터다. 1930년대까지 존재했지만 지금은 지역에서 자취를 감춘 ‘반달곰'을 모티브로 디자인 됐다.

현지 매체인 쿠마모토니치니치신문은 2010년 쿠마몬의 개그와 오사카 관광지에서 신출귀몰하며 SNS활동을 펼친 것이 인기 상승의 핵심이며, 쿠마몬의 활약으로 2010년에만 6억4000만엔(71억8000만원)의 홍보효과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쿠마몬은 현재 일본을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쿠마모토현에 따르면 쿠마몬 관련 상품 매출은 2013년 기준 449억엔(5037억원)에 달한다. 쿠마몬 상품을 제조한 기업 수는 2504개사다.

일본은행은 2011년부터 2013년 중반까지 2년쯤의 기간동안 쿠마몬이 일으킨 경제효과가 1244억엔(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고 분석했다. 쿠마몬의 성공은 일본에서는 지방 홍보 캐릭터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쿠마몬 다음으로 현지에서 인기를 끈 캐릭터는 ‘후낫시'다. 과일 ‘배'를 모티브로 치바현 후나바시시가 2011년 만들어냈다. ‘배의 요정' 후낫시는 쿠마몬처럼 슬랩스틱 코미디를 무기로 일본 TV시청자들 사이서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갔다. 후낫시는 쿠마몬과 달리 특유의 목소리를 이용해 말로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후낫시 / 야후재팬
후낫시 / 야후재팬
후낫시는 2013년 음반을 내는 등 음악업계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후낫시 노래는 2014년 게임 ‘태고의 달인'과 ‘팝픈뮤직' 등 리듬액션게임 콘텐츠에도 수록됐다. 후낫시 관련 상품 매출은 2014년 기준 8억6800만엔(97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한국의 펭수와 일본 지역 홍보 캐릭터 쿠마몬과 후낫시의 공통점은 젊은층을 겨냥해 개그 코드가 섞인 재미난 영상을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선보인다는 점에 있다.

후낫시를 스타 캐릭터 대열에 올린 일본의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폭발 장면 / 야후재팬
후낫시를 스타 캐릭터 대열에 올린 일본의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폭발 장면 / 야후재팬
펭수가 현재 쿠마몬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다면 ‘글로벌 진출'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콘텐츠와 관련 상품을 통해 가능하며, 일본의 헬로키티처럼 단기간이 아닌 긴 시간을 두고 승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펭수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EBS의 전략 사업 중 하나다. 김명중 EBS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을 ‘펭수 세계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펭수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펭수 캐릭터 글로벌화 대해서는 EBS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있다"라고 답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