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내년 보조금 지급 기준가 설정 위한 의견수렴
기준가 6000만원 거론…‘5369만원’ 모델3, 수혜 유력
현대기아차 차세대 전기차도 5000만원대
정부가 내년부터 기준 금액을 넘는 고가(高價) 전기차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 전기차 가격 기준을 두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 중국, 독일 정부처럼 우리나라도 비슷한 기준을 설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져서다. 보조금 정책이 수입 전기차 배만 불린다는 지적에 따라 국산 전기차에 지원을 늘리려는 의도도 있다.
업계의 관심은 정부가 보조금 문턱을 ‘몇 만원’으로 정하느냐다. 상반기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한 테슬라 모델3(출고가 5369만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일 환경부 관계자는 "해외 국가 사례를 참조하고, 국내 보급실적과 업계 의견을 들은 후 연말쯤 보조금 지급 기준가를 확정할 것"이라며 "국산·수입산 예외없이 동일 적용하는 것은 맞지만 기준을 얼마로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2021년 보조금 지급 기준가를 최저 6000만원에서 최대 8000만원 사이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6만달러·7220만원)과 독일(6만유로·8270만원)을 기준으로 설정한 값이다. 테슬라 ‘모델S’, 벤츠 ‘EQC’, 아우디 ‘e-트론’ 등 억대 차량은 내년부터 보조금 미지급이 확실시 된다.
이 경우 올해 보조금을 독차지한 테슬라 모델3는 내년에도 보조금 수혜를 받게 된다. 모델3는 상반기에만 6839대를 판매했다. 상반기 보조금 혜택을 받은 전기차 2만2720대 중 3분의 1을 차지한다. 모델3는 국고 보조금에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더해 상반기 1000억원, 올해 2500억원 수준의 보조금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보조금 지급 유무 기준을 모델3 가격인 5000만원대로 설정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2025년까지 113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기로 한 ‘그린 뉴딜’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이 될 수 있어서다.
내년 이후 현대차가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 NE, 제네시스 JW, G80과 기아차 CV, 니로 2세대 가격은 최저 5000만원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차량들이 모델3와 함께 묶여 보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국산 전기차 확산에도 브레이크가 걸리는 셈이다.
환경부도 테슬라의 보조금 싹쓸이 논란에 대해 통감하고 있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배 소지가 있어 국적에 따른 차등지급 방안은 시행하기 어렵다. 국산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가격 뿐만 아니라 연료소비효율에 따른 보조금 지급 기준을 현행보다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준가 설정과 함께 연비가 우수한 차량에 보조금을 더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그린 뉴딜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국산 전기차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개편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