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이 최고급 35㎜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를 선보인다. 신제품은 35㎜ 4500만화소 이미지 센서,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 초당 20매 고속 연속촬영과 딥러닝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동 초점 등 최신 기능을 품었다.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RF 24~105㎜ F4L IS USM 렌즈를 사흘간 쓰며 제품을 테스트해본 결과, 사진과 영상의 화질이나 기계 성능 등에서 최고급 제품 답게 우수하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느린 기동 속도, 화면을 어색하게 표현하는 전자식 뷰 파인더 등 이전 미러리스 카메라의 단점을 대부분 보완했다. 8K UHD 동영상, 초당 20매 고속 연속촬영과 고정밀 자동 초점 등 DSLR 카메라를 앞서는 기본기도 갖췄다.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발열 때문에 8K UHD 동영상은 최대 20분까지만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단점이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성능과 화질이 만족스러웠다.

EOS 시리즈의 조작계, 미러리스 카메라의 휴대성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의 외관은 이전 EOS R 시리즈와 비슷하다. 전용 RF마운트와 자동 초점 보조광, 검지가 닿는 부분에 자연스레 배치된 셔터 릴리즈 버튼 등이 그렇다. 그립이 두터워 손에 잡을 때 느낌이 좋다.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본체 윗면에는 플래시 핫슈와 전원 레버, 소형 모니터, 조작계가 있다. 커맨드 다이얼은 셔터 릴리즈 버튼 바로 아래에 하나, 엄지가 닿는 곳에 하나 두개다. 여기에 본체 뒷면 휠 다이얼과 스틱형 멀티 콘트롤러 등을 함께 사용하면 각종 촬영 설정을 신속·간편하게 바꿀 수 있다.

본체 위에는 촬영 설정, 배터리·메모리 잔량을 표시하는 서브 모니터가 배치됐다. 셔터 릴리즈 버튼 근처 M-Fn 버튼이 아주 편리하다. 자주 쓰는 기능을 배치해두면 다이얼 조합으로 손쉽게 바꿀 수 있다.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뒷면 전자식 뷰 파인더는 0.5인치, 576만화소로 광학식 뷰 파인더를 연상케 할 정도로 화질과 밝기가 우수하다. 화면을 초당 120장(120fps, 기본은 60fps)씩 갱신하는 덕분이다. 회전형 모니터는 3.2인치 크기에 210만화소, 회전형에 터치 조작할 수 있다. 화면을 누른 곳으로 부드럽고 빠르게 초점을 옮기는 듀얼픽셀 CMOS 자동 초점도 기본 사양이다.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는 CFExpress와 SD메모리(UHS-II) 듀얼 슬롯을 갖췄다. 단, 8K UHD 동영상은 CFExpress로만 찍을 수 있다. CFExpress 슬롯 전송 속도는 1.97GB/s, SD메모리 슬롯 전송 속도는 312MB/s다.

전원은 LP-E6NH다. CIPA 기준(사진) 사진 촬영 매수는 뷰 파인더 220장, 모니터 촬영 320장, 절전 촬영 550장쯤이다. 8K UHD IPB 동영상을 20분씩 두번 촬영해도 배터리가 남는다. 메모리와 배터리 슬롯, 본체 조작계는 밀봉 처리돼 방진·방적이다.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의 본체 크기는 138.5 x 97.5 x 88㎜, 무게는 650g(배터리, 메모리 포함 738g)이다. 부피는 앞서 판매된 캐논 EOS R(135.8 x 98.3 x 84.4㎜, 580g)과 비슷하다.

흠 잡을 데 없는 사진 촬영 기능, 8K UHD 동영상 인상적


캐논 EOS R5 예제 사진(위)과 일부를 잘라낸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예제 사진(위)과 일부를 잘라낸 사진 / 차주경 기자
새 35㎜ 4500만화소 CMOS 이미지 센서의 화질은 인상적이다. 픽처콘트롤에서 선명도, 다른 설정을 조절하지 않아도 화질이 선명한 사진을 만든다. 스팟 자동 초점 포인트는 크기가 아주 작아 곤충, 물방울 등 작은 피사체를 단숨에 포착한다. 고화질 이미지 센서는 초점이 어긋나지 않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과 잘 어울린다.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의 싱글 자동초점 속도는 0.04초쯤으로 빠르다. 피사체와 배경을 혼동하지 않고 피사체만 정확히 포착한다. 인물이나 동물·조류, 사람의 눈을 감지해 초점을 자동 조절하는 기능도 예민하게 움직인다. 캐논 EOS 1D X 시리즈처럼, 메뉴에서 피사체의 이동 속도, 장애물 유무에 따른 동작 등 자동 초점 동작 기준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피사체 추적 자동 초점 성능도 우수하고 자동 초점 영역 설정 기능도 편리하다. 모니터를 누른 곳에 초점을 맞추는 듀얼 픽셀 CMOS 자동 초점은 화면 내 모든 영역(가로 100% x 세로 100%), 1053곳에 초점을 맞춘다.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는 기계 셔터 사용 시 1초에 12장, 전자 셔터 사용 시 1초에 20장 고속 연속촬영 기능을 지원한다. 고정밀 자동 초점 기능과 궁합이 좋다. 전자 셔터로 초당 20장 고속 연속촬영 시 전자식 뷰 파인더가 꺼지지 않고 동영상처럼 연속촬영 사진을 담는다. 피사체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편리하다.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본체 내장식 흔들림 보정 기능도 훌륭하다. 렌즈 흔들림 보정 기능과 연동해 셔터 속도를 최대 8단계를 보정한다. 캐논 RF 24~105㎜ F4L IS USM과 함께 쓰면 셔터 속도 1.5초에서도 거의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 사진 흔들림도 극적으로 줄인다.

캐논 EOS R5 감도 사진. 위에서부터 ISO 200/1600/3200/6400/12800/25600/51200/Hi(102400)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감도 사진. 위에서부터 ISO 200/1600/3200/6400/12800/25600/51200/Hi(102400)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의 기본 감도 범위는 ISO 100~51200이다. ISO 50~204800으로 확장해 쓸 수도 있다. 노이즈 억제 능력이 우수해 ISO 12800 고감도까지 무난하게 쓸 수 있다. 화소가 높을 수록 고감도 노이즈가 두드러진다. 4500만화소 미러리스 카메라 캐논 EOS R5는 2010만 화소 DSLR 카메라 캐논 EOS 1D X 마크III보다 고감도 화질이 1스톱 정도만 뒤쳐진다.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는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지원한다. 동영상을 원본 그대로 저장하는 RAW 외에 편집 시 알맞은 ALL-I, 용량 대비 화질이 좋은 일반 IPB 등 여러 형식으로 저장할 수 있다. 촬영 시간은 8K UHD라면 모두 20분으로 제한된다. 4K UHD 120p는 15분, 4K UHD 60p는 25분~35분까지 찍을 수 있다.

캐논 EOS R5 과열 경고 화면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과열 경고 화면 / 차주경 기자
온도가 약 27℃인 카페에서 8K UHD IPB 영상을 18분쯤 찍자, 화면에 과열 경고가 나왔다. 이 경고가 나오면 다음 동영상을 찍기까지 10분~20분쯤 기다려야 한다. 사진은 바로 찍을 수 있다.

카메라를 한시간 식힌 후, 같은 환경에서 8K UHD IPB 영상을 5분쯤 찍고 바로 다음 동영상을 찍었다. 이 경우 네번째 동영상을 중간쯤 찍을 무렵, 17분~18분쯤 되는 시간에 과열 경고가 나왔다.

8K UHD 동영상 촬영 시간 제한은 아쉽지만, 3분~5분씩 끊어 촬영할 경우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발열보다는 배터리 사용 시간이 더 문제였다. 위 사진처럼, 배터리를 완전 충전한 후 8K UHD 동영상을 20분 한번 찍으면 배터리 잔량이 네칸에서 두칸으로 줄어든다.

캐논 EOS R5 8K 예제 동영상(톱니바퀴 조절해 8K 감상 가능)과 3300만화소 잘라내기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8K 예제 동영상(톱니바퀴 조절해 8K 감상 가능)과 3300만화소 잘라내기 사진 / 차주경 기자
이 제품은 본체 동영상 편집 기능을 탑재했다. 8K UHD 동영상에서 3300만화소(8192 x 4320) 상당 사진을 추출할 수 있다. 피사체가 흔들리지 않게 감도를 높여 셔터 속도를 확보한 후, 8K UHD 동영상을 잘라내 사진으로 쓸 수 있다.

8K·미러리스 카메라 도약 이끌 제품, 후속 모델 기대↑

캐논 EOS R5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성능 기준을 한단 높였다. 캐논 DSLR·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만 가진 덕분이다. 피사체를 찾아 구도를 생각하고, 전원을 켜고 초점을 조절한 후 사진을 찍기까지 모든 과정이 빠르게, 경쾌하게 이뤄진다. 선명한 뷰 파인더와 모니터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부분도 있다. 8K UHD 동영상 촬영 시간 제약 문제다. 상업·전문 동영상 촬영 카메라로 쓰기에는 불안한 면도 있지만, 일반·개인 소비자가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강력한 흔들림 보정, 듀얼 픽셀 CMOS 자동 초점 덕분이다. 본격적인 8K UHD 동영상 시대는 캐논 EOS R시리즈가 아닌, 다음 시네마 EOS 시리즈가 열 것으로 예상한다.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는 EOS R 시리즈의 휴대성에 EOS 1D X 시리즈 수준의 기계 성능, 중고급 영상 촬영 카메라 수준의 편의 기능을 품은 미러리스 카메라다. 캐논 카메라 가운데 이름에 ‘5’가 붙은 제품은 항상 시장을 선도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캐논 EOS R5는 이 전통을 무난히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5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