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차세대 지포스 그래픽카드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다. 코드명 ‘튜링(Turing)’ 기반 현세대 지포스 20시리즈가 나온지 벌써 2년이 다됐다.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카드는 코드명 ‘암페어(Ampere)’로 알려졌다.

23일 해외 PC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차세대 지포스 그래픽카드에 대한 소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분기쯤 발표하고 4분기쯤 출시▲튜링 기반 지포스 20시리즈보다 30%쯤 향상된 성능 제공 ▲새로운 규격의 보조 전원 단자 채택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신제품 출시를 위해 기존 지포스 20시리즈 GPU의 재고 소진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암페어 아키텍처 기반 데이터센터용 GPU A100 /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암페어 아키텍처 기반 데이터센터용 GPU A100 / 엔비디아
암페어 기반 ‘지포스 30시리즈(가칭)’에 대한 소비자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지포스 20시리즈에서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4K 해상도에서의 더욱 향상된 게임 성능과 더불어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등에 기대감이 높다. RTX 기능 향상으로 더욱 진보한 게임 화질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카드는 기대 만큼 걱정도 앞선다. 예측이 불가능한 가격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2018년 지포스 20시리즈를 선보이며 각 그래픽카드 등급별 가격을 기존 지포스 10시리즈보다 30만~50만원 인상했다.

예를 들어 지포스 10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1080 Ti는 2018년 3분기 기준 100만원대 초반이었는데, 같은 등급인 20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2080 Ti는 150만원대에 나왔다. 2020년 7월 현재도 비 레퍼런스 2080 Ti 제품의 가격은 180만~200만원인 경우도 있다.

지포스 20시리즈의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전에 없던 RTX 기능 지원을 위해 하드웨어적으로 RT 코어, 텐서 코어 등을 추가하며 GPU의 물리적인 크기가 커지고, 그로 인해 제조 원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비디아를 견제할 유일한 맞수인 AMD의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상대적으로 영 시원찮은 모습을 보이면서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기 힘들어진 것도 엔비디아가 마음껏(?)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는 지난 수년간 ‘인텔 대 AMD’ 구도가 되살아나며 가격 비교, 성능 비교 등 경쟁 관계가 부활한 CPU 시장과는 정 반대 양상이다.

게다가 엔비디아는 지포스 20시리즈에 수많은 가지치기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 독점’의 이점을 철저히 누리는 중이다. RTX 기능을 뺀 ‘지포스 16시리즈’ 출시를 시작으로, 거의 전 라인업에 성능 향상 모델인 ‘Ti’ 제품뿐 아니라 ‘슈퍼(Super)’ 시리즈를 추가로 선보이는 등 저인망 수준의 라인업을 구성하고 시장을 쌍끌이하는 중이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20시리즈를 출시하며 그래픽카드 가격을 대폭 끌어올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18년 지포스 20시리즈의 가격을 소개하는 모습. /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지포스 20시리즈를 출시하며 그래픽카드 가격을 대폭 끌어올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18년 지포스 20시리즈의 가격을 소개하는 모습. / 엔비디아
그러한 ‘전적’이 있다 보니, 엔비디아의 ‘차세대 지포스’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벌써 ‘지포스 30시리즈 최상위 모델은 300만 원부터 시작하는 거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엔비디아가 실제 지포스 30시리즈의 가격을 더욱 올려 출시한다 해도 그걸 막을 수 있는 경쟁 제품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최근 ‘빅 나비(Big Navi)’라는 코드명으로 알려진 AMD의 차세대 플래그십 그래픽카드에 대한 루머도 덩달아 퍼지고 있다. RDNA 2 아키텍처 기반에 HBM 2(2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등을 탑재, 지포스 20시리즈보다 높은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는 루머다. 그러나 입증할만한 증거나 실체가 거의 없다 보니 현재는 ‘카더라’ 수준의 뜬소문 취급이다.

반면, ‘차세대 지포스’ 관련 루머는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적인 정황과 내용이 더해지면서 신빙성을 높이는 중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AMD가 차세대 그래픽카드를 제때 내놓더라도 지포스 30시리즈를 능가하기란 버거울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AMD 특유의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승산은 낮아진다.

2020년 PC 업계는 코로나 19 팬데믹 여파로 비대면, 재택 대기가 확산하고, 업무용이나 학업용, 게임 등 여가 용도로 수요가 늘면서 나름 선방하는 중이다. 업계도 평소 못지않게 다양한 차세대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중이다. 특히,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게임 시장이 예상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게임을 즐기기 위한 고성능 PC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런 상황에 등판할 엔비디아의 ‘차세대 지포스’는 올해 하반기 PC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최대의 이슈로 꼽힌다. 차세대 지포스가 역대 최고의 가격 대비 성능으로 지금도 ‘명작’으로 기억되는 지포스 10시리즈의 재현으로 PC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지, 성능보다는 ‘화질’에만 주력해 가격 대비 성능이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지포스 20시리즈의 확대 재생산이 되어 PC 시장에 또 한 번 찬물을 끼얹을지는 엔비디아의 손에 달렸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