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취약계층이 AI 데이터셋 전문 인력으로 거듭났다"

김평화 기자
입력 2020.07.24 06:00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인터뷰
한국MS 시절 탈북 청년 도우며 사회적 가치에 눈 떠
AI 데이터셋 기업 운영으로 기술 성장과 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
사회적 약자와 동반 성장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 성공 위해선 양질의 AI 데이터셋 마련 필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재직 시절 사회공헌활동(CSR) 프로그램 일환으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탈북 청년 인턴십을 이끈 적이 있습니다. MS 본사 승인까지 받아내며 1년간 회사에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죠. 이 친구가 처음엔 힘들어하더니 옆에서 도움을 주자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인턴 종료 후 LG전자에 취업했습니다.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도움을 준 결과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싶어 희열을 느꼈습니다. 기술로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입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수집·가공 기업 테스트웍스윤석원 대표는 회사 설립 배경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테스트웍스는 AI 데이터 수집·가공과 자동화, 소프트웨어(SW) 테스팅 등을 주력하는 강소기업이다. 대중에게 AI가 낯설던 2015년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 성장과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두 가지 목표를 표방하며 사업을 진행한다.

윤석원 대표는 "사회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는 창업을 고민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기술 분야 일자리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데이터 라벨링 업무가 반복적인 특성을 보이고 섬세함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 테스트웍스
테스트웍스는 실제 사회취약계층이 취업해 단순 데이터 라벨링과 데이터 품질 검수를 거쳐 프로젝트 매니저로 성장하기까지 전문 커리어를 쌓도록 돕는다. 7월 기준 약 90명의 전체 직원 중 40% 이상이 장애인과 경력단절여성, 저소득층 청년이다.

윤 대표는 "흔히 IT 업종을 전문직으로 생각해 진입 장벽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기회의 장을 제공하면 누구나 배우고 일할 수 있다"며 "청각 장애인은 시각에 예민해 오히려 일반인보다 비전 기반 데이터 레이블링에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테스트웍스는 외부 교육도 주력한다. 설립 첫해부터 은평여성인력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테스터 양성 교육을 진행했다. 올해 6월에는 서울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145명의 경력단절여성을 AI 데이터셋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고 취업으로 연계하기 위해서다. 올해 말에는 교육 인원을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사회적 가치 추구와 사업 성장 불가분’이 목표

테스트웍스는 뚜렷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기술이나 사업 경쟁력이 부족하거나 소홀하지 않다. 시장에서 인정받지 않으면 사회적 가치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양대 목표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도록 노력한다.

이를 위해 사업 목표를 고품질 AI 데이터셋 제공으로 삼았다. 고객사가 받은 데이터셋을 즉시 상용화할 수 있도록 완제품 데이터셋 제공에 주력한다. 기술이야말로 경쟁사와 차별점을 높이면서 고객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생산성 높은 전문 인력을 투입하는 이유다. 자동화 툴만으로도 대규모 데이터셋 레이블링은 가능하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수다. 고품질 데이터일수록 전문 인력이 투입돼 섬세함을 더해야 한다는 게 윤 대표 설명이다.

그는 "테스트웍스의 포용적 고용 모델은 생산성이 높지 않으면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며 "이를 위해 프로세스 시스템화와 최적화를 돕는 솔루션을 만들고 장애인 직원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업무 툴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에 사업 성과는 쌓여간다. 한국MS와 삼성전자,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모션투에이아이(Motion2Ai)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가스공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등 공공부문 고객도 다수다.

올해 4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추진한 ‘SW고성장클럽200’에 예비 고성장 기업으로 꼽혔다. 이는 성장 가능성과 혁신성, 글로벌 지향성을 지닌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나 고용 성장률이 20% 이상일 때 부여한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사회적 가치 창출 공로로 과기정통부 데이터(D)·네트워크(N)·인공지능(A)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윤 대표는 "회사 설립 후 3년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이제는 우리의 가설을 검증하면서 지금은 사업 성장으로 외부에서 인정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회사에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 문제도 해결하려는 투자 방식)자만 관심을 보였다면 이제는 일반 투자자도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테스트웍스가 201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AI 학습용 데이터셋 구축 사업에서 ‘인도 보행 영상 과제' 주관 기업으로 선정돼 데이터셋을 구축, 서비스를 실현한 사례 / 테스트웍스
"한국 사업 성공 발판, 해외 진출 노린다"

테스트웍스는 한국 성공을 발판삼아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다. 올해 초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른 시일내에 해외 시장 진출을 재시도한다는 목표다. 글로벌 경쟁력을 쌓기 위해 인재 확보에도 힘을 싣는다.

또 자사 AI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 ‘에이아이웍스(aiworks)’의 사회적 가치 창출도 함께 높여 나갈 계획이다. 에이아이웍스는 데이터 수집에 참여한 기여자에게 현금 전환이 가능한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기여자의 참여 대가를 봉사 활동 시간으로 치환해 학교에 제출할 수도 있다.

윤 대표는 "여러 사용자가 플랫폼에 들어와 활동하면서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공헌감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데이터 수집과 가공에 참여해 받은 포인트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거나 사회적 기업 혹은 소상공인이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뉴딜 핵심은 양질의 AI 데이터셋 마련

최근 정부는 데이터를 모은 데이터댐을 조성하고 누구나 AI 서비스와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디지털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테스트웍스 같은 기업에는 사업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다만 윤 대표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 사업 방향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댐 안에 양질의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 실행해야 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AI 서비스가 활용되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시각 장애나 발달 장애를 돕는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셋 구축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AI 산업에 개방성이 커졌다고 봤다. 과거에는 관련 산업에 뛰어들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기술 개방도가 높아져 접근성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AI 기술 자체보다는 AI로 어떤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할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윤 대표는 "모든 산업은 앞으로 AI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다"라며 "다양한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데이터가 AI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만큼 좋은 데이터셋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평화 기자 peca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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