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세대(5G) 통신 인프라 구축 기간을 스스로 늦추는 부처 내 실수를 시인했다. 국토부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이통사의 5G 기지국 등 통신장비 구축의 장벽을 만들었는데, 5G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이런 내용 자체를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간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동의 부분에 대한 이해 부족이 만든 촌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류은주 기자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류은주 기자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물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중계장치를 ‘부대시설'의 정의에 포함했고, 과기정통부는 이에 동의했다. 그런데 부대시설에 포함된 설비는 '공동주택관리법' 상 주민 동의 대상이 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사실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주택에 중계기를 설치하려면 주민은 물론 지자체장의 동의까지 받아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5G 이동통신 투자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인데, 중계장치(기지국·중계기) 설치 동의제도가 포함된 새로운 주택법 시행령은 5G 커버리지 확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양정숙 의원은 최 장관에게 "국토부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중계장치 공동주택 설치시 입주민 3분의2의 동의를 받고 지자체장의 허가까지 받도록 했다"며 "과기정통부는 국토부의 시행령 개정 이전에 협의를 했느냐"고 물었다.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시행령 시행 전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간과했던 부분이 있음을 스스로 시인했다. 최 장관은 "시행령 제정 시 검토 요청이 있었지만, 5G 기지국과 연결되는 문제인지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이후 내용을 파악해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전체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5G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 관련 엇갈린 의견을 냈다. 양정숙 의원은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5G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영국은 향후 5년간 재산세를 감면해 주며 기업의 투자 부담을 완화한다. 일본은 15%의 세액 감면안을 발의했다. 일본 이통사인 NTT도코모는 5G 구축을 위해 11조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일본 정부는 700억엔(7900억원)을 지원한다. 5G 가입자 1억명 시대를 연 중국 이통사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30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최기영 장관은 "한국 정부는 망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대신 세제혜택을 통한 민간 투자를 유인한다"며 " 5G 통신망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많이 설치됐고, 앞으로 2~3년내 상당 수준으로 구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필요성은 적다"고 말했다.

5G 투자와 관련한 세액공제 비율을 늘리는 것과 관련해서는 "기재부와 협의해 봐야 한다"라며 "부처 간 협의를 해 개정안이 제출돼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2020년 말까지 비수도권 지역 시설 투자시 법인세의 3% 범위 내에서 세액을 공제해준다. 양 의원의 주장을 따르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와 기재부는 일자리 유발 효과가 있으면 추가로 1%를 더 공제해주는 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하지만 정부가 무조건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통신사업자들이 약속한 투자계획을 제대로 지키는지 연도별로 확인해야 하고, 약속을 지켰다고 확인했을 경우 지원을 해야 한다"며 "통신사업자들이 투자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