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먹거리 판도 바꿔…인공육 시장으로 쏠리는 눈
햄버거 패티, 소세지, 미트볼에 이어 진짜 고기까지
육류 소비량 높은 해외서 선두, 韓 서서히 추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먹거리 판도를 바꾼다. 코로나19가 기존 육류 제품 공급망을 붕괴시키면서 과거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틈새 상품에 불과했던 인공육(Artificial Meat)이 육류 공급부족과 환경오염 등을 해결하는 대체제로 여겨져 주류로 편입되는 분위기다. 한국은 해외에 비해 늦었지만 본격적인 시장 경쟁을 위해 관련 기업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인공육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셔터스톡
인공육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셔터스톡
기지개 켜는 韓 인공육 시장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풀무원, CJ제일제당, 동원F&B 등 식품 제조·유통사가 인공육 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인공육을 5대 유망 식품 중 하나로 선정하고 규제 개선 및 연구·개발 지원을 약속했던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해외에는 고기와 흡사한 맛을 가진 인공육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다가 코로나19와 함께 건강증진, 환경개선,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면서 시장이 탄력받는 것도 한 몫 거든다.

인공육은 크게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식물육과 동물의 세포조직을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으로 구분된다. 시장 초기에는 콩, 곡물, 버섯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인공육 위주로 시장이 구성됐지만,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동물의 세포조직을 배양해 닭고기와 소고기 등심, 삼겹살, 참치 등을 구현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대량 생산 체제만 갖춰지면 식탁에 실질 고기 대신 인공육이 올라올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인공육 시장 선점을 노리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올해들어 식물성 인공육 연구개발에 유독 힘을 쏟아 붓는다. 3월 롯데중앙연구소는 바이오제네틱스, 위드바이오코스팜과 함께 인공육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원천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푸드가 관련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한다. 롯데리아에는 식물성 버거를, 세븐일레븐에는 100% 식물성 콩 단백질로 만든 버거 상품을 시중에 내놨다.

풀무원은 미국 그린바이오기업 블루날루(BlueNalu)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생선 배양육을 국내 도입키로 했다. 블루날루는 어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이를 3D 프린팅 방식으로 용도에 맞게 만들어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풀무원은 생선 배양육사업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마케팅과 법률, 사업운영,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루날루와 협력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2021년부터 인공육 시장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충북 진천 식품통합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인공육을 개발했다. 동원F&B는 식물성 인공육 선두주자인 미국 비욘드미트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비욘드버거, 비욘드비프, 비욘드 소시지 등 관련 제품을 국내 출시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주목받은 국내 바이오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는 최근 서울대 수의대 박용호 교수가 창업한 노아바이오텍과 손잡고 소 근육 유래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는 배양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3D 바이오프린팅 기반 조직공학 기술을 활용해 두툼한 스테이크 크기의 배양육을 만들어 3년내 시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글로벌 인공육 시장 "육류 시장 틈새 파고든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육류 생산 및 유통에 차질이 빚어지자 인공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당 육류 섭취량(연평균 약 120kg)이 꼽힌다.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인공육 업체는 식물성 기반의 버거용 패티와 소세지, 미트볼 등을 생산하는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다.

비욘드미트는 이미 미국 시장을 선점하고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4월 스타벅스와 손잡고 중국에 진출해 식물성 인공육으로 만든 파스타와 라자냐, 샌드위치 등을 선보였다. 임파서블푸드는 올해 초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2020에서 식물성 돼지고기로 만든 탄탄면과 슈마이, 미트볼 등을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버거킹 등 유명 프랜차이즈와의 협업해 인공육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육류 소비량이 높은 중국은 미국에 비해 인공육 생산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과 1년도 안돼 인공육 시장에 진출한 중국 로컬기업만 2000개에 이를 정도다. 면과 대두 가공품을 주 생산 품목으로 하는 솽타식품과 육류 가공식품 제조사 진즈햄, 견과류와 육포 등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식품 브랜드 산지송슈, 채식주의 식품 생산기업 치샨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에도 눈길이 쏠린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육 개발에 성공한 네덜란드 스타트업 ‘모사미트’가 내년쯤 세포배양육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동물 학대나 환경 파괴 등 부담이 거의 없어 ‘클린 미트’라고 불리는 세포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 세포에서 얻은 줄기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해 실험실에서 키워내는 고기다.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콩과 밀 등을 활용하는 식물성 인공육과는 달리 맛과 단백질 함량이 뛰어나다고 평가되고 있다.

모사미트는 가축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소 태아 혈청으로 증식해 햄버거 패티 형태의 고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이 기술을 토대로 내년 안으로 세포배양육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지난 2013년 첫 개발 당시 모사미트의 버거 패티는 한 장에 25만유로(약 3억2300만원)로 책정됐다. 현재는 1장에 500유로(약 66만원)까지 가격을 낮춘 상태며, 기술 혁신과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되면 2030년에는 패티 한 장당 1유로(1293원)쯤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