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생산 TSMC 시가 총액 1위 굳히기
자체기술 고집하던 인텔, 4위로 곤두박질
권오현 삼성 고문 "최고경영자 결단으로 위기 극복해야"

반도체 업계의 주도권 개편 속도가 빠르다. 전문분야에 집중한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반면, 전통적인 반도체 1위 기업이었던 인텔은 최근 기술력 부족을 시인하며 추락 중이다. 종합 반도체 기업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특화 기업이 시장을 완전히 재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 본사 전경 / IT조선 DB
TSMC 본사 전경 / IT조선 DB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MSC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28일 대만증시 주식 시장에서 가치가 2.47% 상승하며 시가총액 3807억달러(455조6500억원)를 기록했다. TMSC는 6월 1208억7800만대만달러(4조9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월매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인텔은 시가총액 2098억달러(251조1000억원)를 기록하며 업계 4위에 머물렀다. 23일(미 현지시각) 발표한 2020년 2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매출은 업계 예상을 웃도는 197억3000만달러(23조7250억원)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했다. 인텔은 같은 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차세대 7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공정 도입이 6개월 가량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것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 이동 속도가 빠르다. 인텔과 삼성전자 등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 그동안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TSMC를 위시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과 엔비디아나 AMD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등 전문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첨단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기업의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행보에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시가 기준 글로벌 2위(390조원) 반도체 기업이다. 그러나 1위 TSMC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시총 3위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기업 엔비디아(2563억달러, 306조원)는 차이를 좁히는 추세다. 엔비디아는 올해 주가만 70% 이상 올랐다. GPU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 삼성전자
2분기 삼성전자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8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증가했다. 하지만 ‘위기론'은 여전히 고개를 든다. 상반기 D램, 낸드플래시, 파운드리, 펩리스 등 삼성전자가 반도체 종합 포트폴리오에서 벌어들인 수익(83억6000만달러, 영업이익 기준)은 TSMC의 파운드리 사업 하나(영업이익 추정 86억5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조사 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8.8%로, 1위 TSMC(51.5%)와 32.7%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중국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성장세가 무섭다. 창신메모리(CXMT)는 연내 17나노 D램 양산, 양쯔메모리(YMTC)는 128단 낸드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28일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사내방송을 통해 ‘최고경영자의 결단과 리더십'을 강조했는데, 이는 회사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오현 고문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의 64메가 D램을 개발할 당시 회사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권 고문은 사내방송을 통해 "(몇 번의 위험한 순간에) 최고경영진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되는데, 그만큼 (반도체 분야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