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 인터뷰 두 번째 이야기
오픈이노베이션 효과 톡톡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어렵지만 응용 분야 다양
연내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장기지속형 주사제 출시
‘한 달에 한 번 주사’ 탈모·치매 치료제는 임상 준비 중

올해 1월 제약업계가 한 바이오벤처에 이목을 집중했다. 약효는 물론 지속 시간까지 기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당시 이 바이오벤처는 이름만 대면 알 법한 글로벌 제약사의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예방용 장기지속형 주사제(12개월 지속형)와 자사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후보물질(3개월 지속형)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바이오벤처 후보물질은 99%의 사상충을 더 빨리 사멸시켰다. 특히 90일간 유지될 걸로 예상됐던 약효는 4개월 가까이 유지됐다. 관련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이유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자립심 강한 똘똘한 바이오벤처’로 이름을 날리는 약물전달시스템(DDS, 약물이 체내 전달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식) 플랫폼 벤처기업 인벤티지랩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약물 농도를 조절해 약효가 정해진 기간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스틱벤처스와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보유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아직 임상 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입소문까지 났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앞다퉈 ‘협업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 인벤티지랩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 인벤티지랩
IT조선은 성남시에 위치한 인벤티지랩 본사에서 김주희 대표를 다시 만났다. 김 대표는 지난번 인터뷰 때 보다 한층 밝아보였다. 그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연구·개발(R&D)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제약사와 라이선스 딜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가 처음으로 실적이 나오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뗐다.

국내 제약사 미션 "똘똘한 바이오벤처 찾아라"

올해 인벤티지랩은 특수를 맞았다. 14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완료에 이어 대웅제약, 위더스제약과 손을 잡으면서 ‘똘똘한 바이오벤처’로 이름을 제대로 알렸기 때문이다.

앞서 인벤티지랩은 대웅제약으로부터 SI 투자를 유치하고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위더스제약과는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탈모 치료용 장기지속형 주사제 독점 생산을 위한 국내 및 글로벌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급변하는 제약산업에서 특수제형과 같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제약사들에 인벤티지랩의 연구개발 경험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 제약 회사와 협업에 인벤티지랩의 기대도 크다.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뿐 아니라 기존 파이프라인의 개발·제조·시판허가·마케팅 등을 펼칠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오픈 이노베이션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분야는 기술적 한계때문에 침체됐던 시장이다"라며 "최근에는 인벤티지랩 같은 똘똘한 바이오벤처가 탄탄한 연구개발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힘을 합치면서 시장 판도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각사의 기술 플랫폼 등을 공유하면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제약산업 내 선순환 구조가 그려질 수 있는 구조다"라고 강조했다.

결실 맺는 파이프라인…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예방약 허가 획득

현재 인벤티지랩의 파이프라인 중 가장 활기를 띠는 제품은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예방약이다. 이 약은 3개월 지속형 예방약으로 최근 수의과학검역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올해 4분기 안으로 관리당국으로부터 주사제 라인에 대한 GMP 승인을 받은 뒤 생산에 돌입한다. 연내 상용화가 예정됐다. 6개월 지속형과 12개월 지속형 예방약은 아직 연구 단계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장기지속형 탈모 치료제는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미 독성실험은 끝난 상태다"라며 "임상 1상은 호주에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적은 양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만큼, 경구약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발기부전과 성욕감퇴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3년쯤 시중에 나올 전망이다.

치매 치료제는 비임상을 기획 중이고 내년쯤 임상1상이 진행된다. 김 대표는 임상3상까지 진행하게 되면 2022년~2023년쯤 치매 치료 주사제가 시중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김 대표는 예정 시기보다 치매 치료제가 일찍 선보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도네페질 성분의 치매 패치제의 경우 임상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지는 편이다"라며 "장기지속형 주사제도 이 같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인벤티지랩이 치매 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선보일 경우 업계에는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장기지속형 치매 치료 약물은 세계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김주희 대표는 "업계 숙원 사업을 해결하면서 환자에게 쓰일 수 있는 현실적인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이바지하겠다"며 "국내외 제약사에 무작정 의존하는 바이오벤처로 남기 보다는 제 역할을 착실히 하는 똘똘한 바이오벤처로 남고싶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