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회로(CC)TV 영상 속 장면만 보면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제 시스템이 확산 추세다. 인공지능(AI) 기술과 CCTV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장이다. 보안기업 마크애니가 AI 기반 지능형 CCTV 시장에 출사표를 낸 것은 '똑똑한' 모니터링 기반 관제 시스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다.
IT조선은 최근 조명돌 마크애니 이사를 만나 지능형 CCTV 시장이 가진 잠재력과 미래 성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마크애니는 AI 기반 선별관제 솔루션을 선보이며 시장에 진출했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과 프레임워크, 알고리즘 등을 선보였다.
마크애니는 본래 정보보안 솔루션을 토대로 하는 보안 기업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CCTV 영상 반출물 보호 서비스를 고민하다가 2015년 AI 기반의 CCTV 사업에 눈을 뜨게 됐다.
조명돌 이사는 "CCTV 사업 진출 당시 시장을 분석한 결과, CCTV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관제사 수가 한정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사고를 미리 파악한 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보통 사건 발생 후 증거 수집용으로 CCTV를 써왔다"고 말했다.
또 "관제센터 운영 방식을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며 "딥러닝 기술이 많이 발전된 것을 알고 2015년부터 딥러닝 기반 AI 알고리즘 개발을 시작하게 됐고, 이를 CCTV 관제 시스템에 적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크애니는 시장 진출 결심 후 3년쯤 AI 알고리즘 개발에 매진했다. 시중에는 오픈소스나 딥러닝 프레임워크로 나와 있는 AI 알고리즘 모델이 여럿 있었지만, CCTV 영상 선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자체 개발을 진행했다. 행위 분석(영상에 포착된 대상의 행위 사유를 분석하는 기술)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수년간 노력 끝에 사업 상용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조 이사는 "한국 순수 기술로 AI 모델과 프레임워크, 알고리즘을 개발해 2018년부터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대상 납품 노력을 했다"며 "대전광역시에 처음 AI 지능형 선별관제 솔루션을 선보인 후 호평을 받았고, 2019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마크애니는 2019년부터 강원도 고성군, 제주도 등과 함께 지능형 관제 사업을 추진했다. 제주도는 3000대쯤의 CCTV를 실시간으로 관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의 CCTV 관제 사업 규모는 CCTV 500~1000대 수준이지만, 제주도 사업은 이보다 3~6배 수준이다. 조 이사는 114명의 관제사가 직접 테스트한 후 자사 제품을 선정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그는 "보통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쓰는 이용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불편하고 어렵다고 지적하지만, 마크애니가 만든 지능형 CCTV 관제 시스템은 직관적 화면과 손쉬운 파악을 돕도록 제작한 덕에 호평을 받은 것 같다"며 "CCTV 영상뿐 아니라 비상벨이나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한 곳에서 살피도록 돕는 통합 모니터링 환경을 제공한 것도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 중 하나다"고 말했다.
마크애니는 CCTV 사업의 영역을 방범용은 물론 교통·산업 안전과 시설물 관리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건설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이 안전 장비를 잘 착용했는지를 파악해 산업 재해 기본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화재나 침수, 범람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통보 시스템을 통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조 이사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관리하는 춘천댐 등에 지능형 CCTV를 구축했다"며 "고가의 댐 수위 감지 장비를 쓰는 것보다 지능형 CCTV를 쓸 경우 비용 절감이 가능해 시범 사업을 진행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능형 CCTV는 물 수위 단계를 관심, 주의, 위험 등 단계로 구분하고, 만약 수위가 해당 단계에 도달할 경우 자동으로 관리자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한다"며 "비용이 저렴하면서 정확도가 뛰어나다 보니 한수원의 만족도가 높고, 전체 댐과 댐 밑 교량 관련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마크애니는 연내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해 AI 학습 자동화를 진행한다.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이라는 고도화한 알고리즘을 추가로 개발하며, 강화학습 방법으로 AI가 스스로 학습하도록 도움으로써 영상 분석 결과의 정확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조 이사는 "지능형 CCTV 사업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적지만, 이른 시일 안에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말까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의 사업을 구체화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보유한 AI 알고리즘의 소스 코드를 한국 시장에 개방해 지능형 CCTV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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