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협 끄떡없다’...K배터리, 소재 국산화로 맷집 키워

이광영 기자
입력 2020.08.05 06:00
한국 법원은 일본 강점기 시절 강제 동원됐던 피해자의 배상을 위해 일본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는데, 일본 정부가 이에 반발해 추가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는 최근 우리 경제의 중심 축으로 올라섰다. 일본이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주기 위해 새로운 수출 규제 카드로 배터리 소재를 꺼내들 수 있다.

하지만 ‘K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운 한국 기업은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를 보인다. 일본과 진흙탕 싸움을 벌여도 버틸 수 있는 맷집을 키웠다는 자신감이 크다. 1년 전 일본 수출규제가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배터리 소재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업계는 이미 국산화를 위해 힘을 쏟으며 K배터리 기술을 탄탄히 다졌다.

/ IT조선 DB
韓에 ‘2차 보복’ 의중 드러낸 日, 배터리 규제 카드 만지작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소재 3개 품목(고순도 불화수소·포토 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와 함께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명단)에서 빼는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수출 규제 1년이 지난 최근 일본은 재차 칼을 뽑아들 분위기를 보인다. 한국 법원은 특정 일본 기업의 자산을 압류했다는 공시송달을 발효했는데, 일본 정부는 한국의 강제 매각 시 보복을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후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보는 제도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 활동 보호 관점에서 온갖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배터리 핵심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네 가지다. 이 중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소재로 생산단가의 40%를 차지한다. 일본이 가장 먼저 수출 규제를 검토할 수 있다.

LG화학 중국 난징 배터리 공장 전경/ LG화학
LG화학, 1년 전부터 양극재 공급 다각화 ‘시나리오 플래닝’

LG화학은 일본 수출 규제로 위기에 직면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를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선제적으로 양극재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소재 내재화율을 높이고, 국내 및 중국·유럽 등으로 소재 공급을 다각화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

양극재는 배터리 생산단가 40%에 달하는 소재다. LG화학은 이 소재의 생산능력을 꾸준히 늘렸다. LG화학에 따르면 2019년 20%였던 양극재 내재화율은 최근 25%로 상승했다.

LG화학은 2020년 말까지 중국 난징에 연간 4만톤의 양극재를 생산하는 공장 준공이 목표다. 국내에는 구미에 연간 6만톤의 양극재를 생산하는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중국 양극재 소재업체와 합작도 검토 중이다. 2019년에는 벨기에 유미코아와 2020년부터 양극재 12만5000톤을 공급받는 계약도 맺었다. 양극재 12만5000톤은 전기차 100만대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핵심 소재의 생산능력 확대로 일본 공급 의존도를 크게 줄였다"며 "특히 생산단가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공급 다변화는 엘앤에프 등 국내업체들의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엔지니어가 증평공장에서 LiBS를 소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 분리막·동박 자체 생산…삼성SDI, 차세대 양극재 양산 나서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해 분리막을 자체 생산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맞춰 충북 증평과 중국·폴란드 등 국내외 생산시설을 늘리는 중이다. 2021년 하반기에는 생산능력이 5억3000만㎡에서 12억1000만㎡로 확대된다.

SKC는 SK넥실리스 인수를 통해 2차 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 생산부문에서 글로벌 1위에 올라섰다.

삼성SDI도 배터리 소재의 내재화율을 높이고 있다. 3분기 내 양극재 제조 설비를 자회사 에스티엠(STM)으로 일원화 해 생산량 증대에 나선다.

2월에는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인 에코프로비엠과 손잡고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에코프로이엠의 차세대 양극재 생산라인은 경북 포항에 연내 착공된다. 양산 개시 시점은 2022년 1분기 중이다.

포스코케미칼은 7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인조흑연 음극재 국산화 첫발을 뗐다. 포스코케미칼은 2023년까지 2177억원을 투자해 연간 인조흑연 음극재 1만6000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日 공급 비중 80% ‘파우치 필름’ 수출 규제 시 타격 우려도

핵심 소재는 아니지만 취약 분야도 있다. 배터리 내부에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재료를 감싸는 알루미늄·플라스틱 복합 소재인 ‘파우치 필름’이 대표적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파우치 필름을 일본 DNP와 쇼와덴코에서 80% 이상 공급받는다. DNP와 쇼와덴코는 그동안 중국 공급가의 절반 수준에 파우치 필름을 K배터리 3사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K배터리 3사는 율촌화학, BTL첨단소재 등 국내 제조사들과 파우치 필름 국산화를 위한 협의에 들어간 바 있지만, 대체재로 활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파우치 필름은 기술과 가격에서 일본과 격차가 있는 소재다"며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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