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만 2만5천원?’ 깜빡하면 카카오T 폭탄결제 당한다

윤미혜 기자
입력 2020.08.07 06:00
‘통행료’ 택시 기사가 직접 입력…부정 결제 무방비
10배 과다 입력해도 곧바로 대금 청구…상한선 없어
카카오T "GPS 활용해 상한 기준 마련" 대책 논의

카카오T 자동결제에서 유료도로 비용인 '통행료'를 악용한 부정결제 사례가 발생해 이용자 주의가 요구된다. 택시 기사가 통행료란에 임의로 금액을 입력해도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대금이 청구되기 때문이다. 허점을 이용해 악용될 여지가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카카오
택시 기사가 직접 입력…상한선 없어 악용 우려 높아

직장인 A씨는 최근 택시 호출 앱인 카카오T를 이용해 택시를 탔다가 황당한 피해를 봤다. 2500원이던 유료도로 통행료가 10배인 2만5000원으로 계산됐기 때문이다. 자동결제로 연결한 그의 카드에서는 운행료와 통행료가 더해진 5만원이 넘는 택시비가 결제됐다.

사고가 발생한 이유는 택시 운임 자동결제 시스템에 유료도로 통행료 상한이 없기 때문이다. 택시 운임 자동결제는 앱에 신용카드 등을 미리 등록해 놓으면 목적지에 도착해 별도의 금액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기사가 앱에 운임을 입력한 뒤 결제 버튼을 누르면 수수료와 통행료 등이 자동으로 계산돼 요금 전액이 결제된다. A씨 사례처럼 택시기사가 임의로 통행료를 10배쯤 붙여 넣어도 이용자가 주의깊게 확인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과다한 비용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셈이다.

또 영수증에는 운임 요금과 통행료가 합산돼 표기된다. 고객은 영수증을 확인해도 정확히 통행료와 운임요금을 구분할 수 없다. 부당요금이 청구됐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다. 그저 '조금 많이 나왔네' 라는 의구심으로 지나칠 수 있는 대목이자 부정결제처럼 악용될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택시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 운임 요금에는 예상 요금 대비 과도한 금액이 입력되면 결제가 되지 않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며 "통행료는 상한을 두지 않아 악용될 우려가 높은 만큼 GPS 경로를 기반으로 통행료 입력 상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티머니의 택시 결제 시스템의 모습. 카카오T 기사용 앱에는 티머니와 같이 운행 요금과 별도로 통행료를 입력하는 란이 있다. / IT조선 DB
"중개 서비스일 뿐…직접 합의 하거나 120에 신고하거나"

카카오모빌리티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다. A씨는 뒤늦게 요금이 과하게 청구됐다는 점을 확인하고 카카오모빌리티에 문의했지만 회사 측은 "개입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A씨는 "카카오T 고객센터는 ‘중개플랫폼 서비스’라면서 직접 개입이 어렵다고 했다"며 "택시기사와 협의하라"는 답변을 내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 기사와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부당 운임 수취라고 판단되면 120으로 직접 신고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앞서 모바일 플랫폼 토스가 개인정보 도용으로 인한 부정 결제 사고 발생 시 책임 유무와 관계없이 선제적 보상을 해준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A씨는 "고객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부당 요금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남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악용이 아닌 실수로 입력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반면 악용의 우려가 높으니 시스템적으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택시 운수업 관계자는 "사람이니 실수로 0을 한 두 번 더 누를 수 있지 않느냐"며 "시스템상 요금 제한선을 두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손님이 택시 기사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상황까지 가면 누가 책임져 주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택시운수업 관계자는 "택시 기사가 직접 요금(운임+통행)을 더해야 하는데 실수로 몰랐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나쁜 마음을 먹고 택시 1대당 1000원씩만 올려 받아도 전국 택시로 치면 몇십억의 부당 이익을 챙겨가는 셈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모빌리티 "GPS 활용해 상한 기준 마련" 대책 논의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사실상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GPS를 이용한 통행요금 과다 청구를 예방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통행료가 차종(중형·대형·전기차)마다, 지역마다 할인 요율이 달라 일원화된 기준을 마련하려면 시행착오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통행료는 직접 수기로 입력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며 "GPS 위치정보 기반으로 통행료(톨게이트 비용)를 자동으로 입력되게 끔 하는 기능을 도입하겠다"면서도 "상한선을 어디까지 어떤 형태로 적용할지 그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은 아직 준비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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