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3분기 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둔화가 이어져서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도 산재해 있다.

반도체 가격이 꺾였어도 삼성전자의 투자 의지는 곧다.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투자를 멈춰선 안 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반영한 행보다.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회사는 상반기 14조7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18일 중국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아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18일 중국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아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D램 가격 넉달 째 내림세…하반기 영업익 감소 불가피 전망

10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7월 서버용 DDR4 32GB D램 고정가격은 6월 대비 6.39% 하락한 134달러(약 15만8800원)를 기록했다. PC용(DDR4 8GB)도 3.13달러(약 3700원)로 5.4% 내렸다.

DDR4 8GB D램 현물가격은 지난 7일 기준 2.61달러(3100원)를 기록해 2020년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물가격은 고정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 대폭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C용 D램 가격은 코로나19로 클라우드 수요가 늘 것이란 낙관론이 커지자 4월초 3.63달러(4300원)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6월 D램 현물가 3달러대가 무너졌다. 이후 반등 없이 내림세를 이어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반도체 부문은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재고조정, 중저가 폰 출하 확대에 따른 제한적 비트 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로 D램은 7.7%, 낸드플래시는 10.1% 가격 하락을 전망하며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평택 P3 9월 착공…장비업체 투자로 공급망 다변화 노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9월경 평택에 신규 반도체 공장(P3)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첨단 공정인 극자외선(EUV) 라인을 갖추고, 메모리·시스템 혼용으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P3는 건물 길이가 P2(400m)보다 두 배쯤 큰 규모로 파악된다. 축구장의 7배 크기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1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가을쯤 완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P3 추가 건설에 나서는 것은 시장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리고 기술 주도권과 시장 장악력을 동시에 확대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장비업체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소재에 이은 장비 국산화에 한발 내딛었다. 에스앤에스텍에 659억원, 와이아이케이에 473억원을 각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모든 신주를 삼성전자에 배정했다.

에스앤에스텍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과정에 쓰이는 포토마스크 원재료인 블랭크마스크를 만드는 업체다. 와이아이케이는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다. 메모리 반도체 검사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장비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 등을 생산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육성과 같은 맥락의 투자다"라며 "삼성전자는 협력사 지원을 통해 반도체 장비에서도 공급망 다변화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불확실성이 큰 하반기에도 초격차 유지를 위해 투자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투자규모는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17조1000억원을 투자에 썼다. 2019년 상반기 대비 6조 4000억원이 증가했다. 상반기 반도체 투자는 14조7000억원으로 전체 투자 비중의 85%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인프라에 투자하고, 설비투자는 최대한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클라우드 등 가격 탄력성이 높은 시장을 중심으로 고객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