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시 보너스 5000만원을 드립니다."

쿠팡은 최근 진행한 개발자를 포함한 테크직군 채용에 입사 시 축하금 성격의 사이닝 보너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경쟁률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회사 측은 노코멘트했다. 이 회사의 개발자는 2000명쯤 된다. 개발자 조직만 웬만한 중견기업 규모를 넘는다. 쿠팡은 미국 실리콘밸리, 시애틀, 중국 베이징, 상하이에 기술 개발 오피스를 운영한다. 국내에서 일하는 해외 개발자를 위해 그들을 위한 통역군단도 있다.

개발자 모집에 열을 올리는 건 비단 쿠팡 등 일부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IT기업은 물론 이커머스, 금융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개발자 모시기’에 소매를 걷었다.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라니 더욱 그렇다. 기업들이 오죽하면 보통의 직장인들이 접할 수 없는 파격대우(?)로 개발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을까.

웃어른이나 존경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소중히 대하며 도와 드리는 것을 ‘모시다'라고 한다. ‘개발자 모시기’라는 표현에서 회사가 개발자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전하며 한편으로 개발자가 귀하다는 의미를 품는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주요 기술 요소 분야에서 2021년까지 3만여명쯤의 개발자가 부족하다고 내다봤다.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비단 작금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2000년대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앱 개발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비트코인 열풍에 블록체인이 주목받으면서 이 분야도 개발자 갈증이 심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언택트 사회가 급격히 진전되고 있다. 디지털전환의 격변기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에서 ‘개발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왜? 갈증은 늘 해결되지 않을까.

"기술 리더십을 갖고 가르칠 이가 부족하다", "입시 위주 환경에서 기초 과학, 수학을 등한시한 결과" 라는 등 지적질이 터져나온다.

정부도, 기업도 개발자 양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개발자 양성 노력이 전방위에서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전국민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교육 확산 방안’을 발표했다. 세대·거주지·직군 등과 관계없이 인공지능의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는 교육환경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들은 교육이 단순히 교육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개발자들이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와 함께 협력해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비단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인재 양성에 한몫하고 있다. IBM은 국내 기술 커뮤니티와 인재 풀 확장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세명컴퓨터고등학교, 경기과학기술대학교와는 인공지능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한 국내 최초 P테크인 서울 뉴칼라 스쿨도 열었다.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현장형 인재 양성에 기대가 높다.

개발자 양성이 막대한 자금을 쏟는다고 단기간에 이뤄질 것은 아니다. 급하다고 서둘러가면 오선지 도돌이표처럼 또 남 탓 질책이 되풀이될 것이다. 중장기적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계획과 이를 이끌어갈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한다.

이윤정 디지털테크팀장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