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난세의 영웅' 즐기고 수능·한국사 1등급 도전

오시영 기자
입력 2020.08.10 06:00
‘문과 출신’ 안겨레, 고용성 투캉 대표 "한국사 대중화 위해 게임 만들었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고, 개인 시간이 늘어날수록 게임의 중요성은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눈과 귀를 닫은 기성 세대에게 단지 ‘게임은 문화·예술이다’라고 말로만 외친다고 해서 설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에 순기능을 담은, 한국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해 선보였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안겨레 투캉 대표, 고용성 투캉 대표는 한국 역사를 담은 모바일게임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의기투합해 게임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들은 한림대학교 법학과, 경영학과 4학년에 각각 재학 중인 대학생이기도 하다. 문과생으로서 프로그래밍 문외한이었지만 처음부터 공부하면서 원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었다.

통인동 역사책방에서 IT조선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고용성 대표(왼쪽), 안겨레 대표 / 오시영 기자
난세의 영웅, 선사 시대부터 광복 이후까지 한국사 다루는 게임
수능,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출제 1순위 문제로 메인 스토리 구성

그 주인공이 바로 7월 2일 출시한 한국사 역할수행게임(RPG) 난세의 영웅이다. 난세의 영웅은 1장부터 10장까지 한국사를 선사 시대부터 광복 이후까지 다루는 게임이다. 타임머신을 개발한 공대생 3명이 실수로 과거에 도착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게이머는 게임을 즐기면서 다양한 역사적 인물을 만나고 사건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조선 전기를 다룬 6장까지 출시했다.

투캉은 단순히 역사를 재미로 다룬 것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면 실제로 한국사 ‘성적’이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안 대표와 고 대표는 게임을 만들 때 수능,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10년 분량 문제 중 출제율 1위 문제를 뽑아 게임 메인 스토리를 구성했다. 두 대표는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긴 후 문제를 공부한다면 수능 1등급, 한국사 1급 시험 커트라인을 충분히 맞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게임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안겨레 대표는 이미 한국사 능력 검정 1급 자격증이 있음에도 꾸준히 시험을 보고, 유명 한국사 강사의 강의도 꾸준히 시청한다.
역사 고증 위해 게임인재단, 민족문제연구소 등과 손잡아
2년 전 첫 게임 출시 당시 기술력 부족으로 ‘쓴맛’보고 재도전

시험에서 다루지 않는 역사도 충실하게 반영했다. NPC의 대사, 이름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담았다. 이를테면 애묘가(愛猫家)였던 숙종 에피소드에서는 그의 애완고양이 ‘금손’을 만나볼 수 있다. 각종 민담, 전설을 기반으로 한 서브 퀘스트도 마련했다. 대장금처럼 실제 역사에서는 비중이 적지만 드라마로 이름을 알린 인물도 NPC로 등장해 재미를 준다.

안 대표는 "역사적 사실 고증을 위해 게임인재단, 민족문제연구소 등 각종 단체와 손잡고 사료를 받아 검토하려 노력했다"며 "향후 광복 이후, 근현대사를 다룰 때는 특히 더 신중해야 하므로 각종 단체와 역사 고증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리뷰를 통해 실제로 한국사를 공부 중인 사람들이 공부 효과가 있다는 의견을 남겨준 덕에 참 좋았다"며 "게임을 통해 직접 역사를 경험하다 보니 원래 쉽게 잊히는 과목인 한국사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문과 출신’ 두 대표가 게임을 만드는 탓에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번 게임이 나오기까지 무려 4년이 소요됐다. 사실 투캉은 2년 전에 이미 난세의 영웅을 한 차례 출시해 서비스 한달 만에 다운로드 수 10만회를 넘기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시 게임이 주목 받으면서 서울 챌린지 상 등을 수상하고 상금은 위안부 할머니께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들이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 중학교 때부터 다루던 간단한 도구 ‘RPG 만들기 툴’로 게임을 만든 탓에 문제가 발생했다. 너무 많은 이용자를 게임이 감당할 수 없어서 게임에 각종 장애가 일어났다. 이에 두 대표는 눈물을 머금고 게임을 마켓에서 내려야 했다.

두 대표는 이후 2년간 유니티 엔진을 공부하며 게임을 새로 만들었다. 투캉은 이번에 출시한 새 버전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간다.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로드 수 1만회를 넘겼고, 평점도 평균 4.3점으로 높다.

안겨레 대표는 "기술적 문제로 한 번 실패를 맛본 후에도 뜨거웠던 시장의 반응과 우리가 느낀 보람 덕에 포기할 수 없었다"며 "게임으로 한국 역사를 알리는 일은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프로그래밍을 처음부터 배우며 다시 도전했다"고 말했다. 고용성 대표는 "최근 다시 게임을 만들어서 선보였을 때, 2년 동안 우리 게임을 기다려줬다고 말하는 이용자도 많아 힘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안겨레 대표(왼쪽), 고용성 대표 / 오시영 기자
난세의 영웅 통해 한국사 대중화하고파
교육적 목적 담았으나, 게임 본연의 재미 확보하고자 노력

투캉의 목표는 난세의 영웅으로 한국사를 대중화하는 것이다. 두 대표는 공부는 자발적으로 하기 어려운 활동이지만, 잘 만든 게임은 게이머가 자발적으로 즐기게 된다는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능성을 담기 가장 좋은 플랫폼 중 하나가 게임이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역사에서 배우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고, 특히 최근에는 역사가 상식으로 떠올랐지만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한국전쟁이나 민주화 운동 등 주요 역사에 관한 상식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게임을 통해 한국사를 대중화해서 모두가 상식이 된 한국사를 익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게임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져선 안 된다. 이에 두 대표는 게임의 목표를 오락성 70%, 교육성 30%로 두고 개발했다. 난세의 영웅은 정감가는 레트로 스타일 도트 그래픽을 채용했고 턴제 전투를 구현했다. 그러면서도 메인 퀘스트 외에 즐길 거리를 다수 마련해 분량을 확보했다. 시나리오에서는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한국사 RPG 난세의 영웅 이미지 / 게임인재단
中·日에 비해 자국 문화·역사 콘텐츠화 시도 부족해
얼마가 걸리더라도 게임 완성하는 것이 우선 목표

안겨레 대표는 자국 문화·역사 대중화라는 면에서 한국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다소 뒤쳐진 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안 대표는 "중국은 내수 시장이 커서 삼국지 등 게임을 만들다보니 이제 세계에서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일본은 애니메이션, 만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무라이, 닌자 등 일본 문화를 녹이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며 "하지만 한국은 과거 게임, 만화 등 콘텐츠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자국 역사·문화 기반 콘텐츠 면에서 다소 뒤쳐진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제라도 기능성 게임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공모전 등 기회를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고 대표는 난세의 영웅 프로젝트를 10장까지 완성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안 대표는 "1·2년이 걸리더라도 게임을 우선 완성해 이용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이후 거취를 고민할 것 같다"며 "우리 게임의 장점은 ‘독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게임이 없다. 차별화한 게임을 완성해 시장에서 ‘안 사고는 못배기는 게임’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고용성 대표는 "나는 원래 한국사에는 관심이 많이 없어서, 한국사 부분은 안 대표에게 맡기고 일만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점점 역사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어 나도 많이 배웠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용성 대표(왼쪽), 안겨레 대표 / 오시영 기자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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