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가총액 기준 상위 5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가치는 미국, 중국 상위 5개 기업에 비해 각각 1/15, 1/4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100대 ICT 기업(S&P 캐피탈 IQ 기준)에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11위로 이름을 올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지난 10년간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증권시장 시총 상위 5개 ICT 기업 변화를 분석해 10일 결과를 공개했다. 그결과 한국 주요 디지털기업들의 시총 규모가 현저히 작았다.

상위 5개 ICT기업 시총 합계美, 8092조원 中, 2211조원 韓, 530조원

한국, 미국, 중국 증시 상위 5개 ICT기업들의 시가총액 합계에서 국가별 기업 가치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 미국 상위 5개 기업 시총 합은 약 8092조원, 중국은 약 2211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 톱5 ICT기업의 시총 합은 약 530조원으로 미국의 1/15, 중국의 1/4 수준이었다.

인터넷 포털 및 전자상거래 기업 간 차이가 컸다. 네이버, 카카오 등 2개 기업 시총은 약 83조원으로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시총(120조원)보다 적었다.

전경련 측은 "해외매출 비중이 네이버 30%대, 카카오는 아직 공식통계가 없는 실정으로 미국과 중국 인터넷 기업에 비해 글로벌 영향력이 미미해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느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3개국 톱5 ICT 기업 시가총액 합계 비교 (단위 : 천억원) / 전경련
3개국 톱5 ICT 기업 시가총액 합계 비교 (단위 : 천억원) / 전경련
글로벌 시총 기준 톱100 ICT기업 중 한국 ‘1개’로 지분 1%

글로벌 시총 기준 상위 100대 ICT 기업 명단에서 한국의 위상은 초라했다.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으로 애플, 넷플릭스, 테슬라 등 57개사를 보유했으며, 중국 역시 대표 기업인 알리바바를 포함한 12개사, 일본과 유럽이 각각 11개, 10개사를 보유해 뒤를 이었다. 떠오르는 ICT 강국 인도 역시 3개사를 순위에 올렸지만, 한국은 단 1개 기업(삼성전자, 11위)만이 랭크됐다. IC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글로벌 시장 지분율이 단 1%에 그친 것이다.

韓 제조업, MS‧테슬라 등 디지털 혁신‧융합 성공 모델에서 해법 찾아야

코로나 팬데믹이 디지털 이코노미로의 전환 시기를 더욱 앞당긴 가운데, 국내 제조업이 성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을 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은 IT 디지털기업의 육성은 물론, 기존 제조업-IT 분야 간 융합으로 향후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MS‧테슬라 등 기존산업에서 디지털 혁신 및 융합에 성공한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MS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총 20년간 시총 1~4위를 차지하다가 애플, 구글 등 후발 IT기업에 밀려 2009년에는 시총 1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후 클라우드 사업 확장, 구독 서비스 제공 등 변화를 통해 2020년 현재 애플과 시총 1위를 다투며 디지털 혁신에 성공했다.

자동차를 디지털 디바이스 개념으로 개발함으로써 패러다임을 전환한 테슬라는 지난 10년간 시총 연평균 증가율 64.3%를 기록해 2020년 8월 기준 시총 16위로 Top 10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는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연평균 4.5%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때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MS의 경우 독보적 위치에 있으나 끊임없는 디지털 혁신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했고, 테슬라는 전통제조업인 자동차산업을 디지털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고부가가치 사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시총을 통해 알 수 있는 기업가치는 실제 시장이 바라보는 전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 더 나아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미래 향방을 제시해주는 데 의미가 있다"며 "IT강국 코리아가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그 위상을 이어가려면 디지털 혁신과 기존 산업과의 결합을 위한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