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가전 업체 월풀이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8월 초 미국 ITC에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연장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미국의 한 가전 유통업체 매장 직원이 LG전자 세탁기를 설명하고 있다. / 조선일보 DB
미국의 한 가전 유통업체 매장 직원이 LG전자 세탁기를 설명하고 있다. / 조선일보 DB
세이프가드는 수입업체가 제품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봤을 때 발동하는 조치다. 2017년 월풀 청원을 계기로 2018년 2월 7일 발효해 현재까지 이어졌다. 2021년 2월 종료를 앞뒀다.

월풀의 청원은 상반기 실적 부진에 이어 2021년 세이프가드가 종료될 경우 세탁기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월풀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40억4200만달러(4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LG전자의 2분기 생활가전(H&A) 부문 매출액(5조1551억원)을 밑돌며, 2년 연속 세계 가전 시장 1위(상반기 기준)를 내줬다.

세탁기 단일 품목으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비해 처진다.

1분기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 집계에 따르면, 미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1%로 1위에 올랐다. LG전자도 17%로 월풀(16%)을 근소한 차로 따돌렸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월풀은 텃밭인 미국에서 한국 업체에 밀려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LG전자의 지위엔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며 "세이프가드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이 한발 앞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세이프가드가 발동한 2018년 1월부터 미국 가전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LG전자도 2019년 5월 미국 세탁기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미 오하이오주 월풀 세탁기 공장을 찾은 자리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지속 입장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모든 외국산 세탁기에 50% 관세를 부과한 명령에 자랑스럽게 서명했다"며 "이후 월풀의 9개 공장은 전에 결코 없었던 정도로 번창했다"고 삼성과 LG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