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시장에서 AMD가 비상하고 있다. 주요 PC제조사에서 ‘르누아르’ 기반 3세대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 제품군을 탑재한 노트북 신제품을 대거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초박형·초경량 울트라북 제품부터 2in1 컨버터블, 비즈니스 노트북,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등 전방위에 걸쳐 ‘라이젠’ 노트북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르누아르 기반 라이젠 노트북이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2% 아쉬운 점이 있다. 앞으로 라이젠 노트북이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아쉬운 ‘프리미엄급’ 라인업
르누아르 라이젠 노트북을 접한 사용자들의 가장 큰 아쉬움은 최고급 ‘프리미엄’ 라인업의 부재다. CPU의 성능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데, 구성과 기능 등에서 장점을 100%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성능 노트북의 꽃인 게이밍 노트북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다. 인텔 CPU를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의 경우 최대 지포스 RTX 2080급 GPU를 탑재한 제품이 출시된데 반해, AMD 르누아르 라이젠 탑재 게이밍 노트북은 가장 고사양 제품의 GPU로 지포스 RTX 2060급을 채택했다.
이는 의도적이라기보다 현재 노트북 제조사와 AMD의 기술적 한계 때문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인텔과 AMD의 CPU가 일단 같은 x86 계열이긴 해도 기본 아키텍처와 작동 방식, 내부 구조 등은 전혀 다르다. 인텔 CPU용으로 개발한 플랫폼에 AMD CPU를 꽂아도 작동하지 않는 것이 그런 이유다. AMD CPU에 맞는 최적의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특히 노트북은 데스크톱과 달리, 2㎝ 안팎의 얇은 두께와 A4 용지 정도의 좁은 면적 안에서 데스크톱 못지않은 성능을 구현해야 하는, PC 업계에서도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다. 그 때문에 인텔은 오래전부터 직접 투자해 PC 제조사들과 제품의 디자인 및 설계단계서부터 협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CPU의 기능과 특성을 살린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십 년에 걸친 관련 노하우가 축적된 인텔 노트북의 설계 기술을 AMD 노트북이 3년 만에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제조사들이 인텔 노트북을 만들던 기술과 노하우를 최대한 피드백함으로써 3세대 르누아르 노트북이 이만큼이나마 괜찮게 나온 것에 가깝다.
어디서 들어본 브랜드…오리지널 브랜드의 부재
제조사들의 이러한 고충은 르누아르 기반 라이젠 노트북의 브랜드명에서도 드러난다. 대다수 르누아르 탑재 노트북 제품이 인텔 CPU로 출시했던 제품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 실제로, 같은 브랜드로 선보인 제품은 디자인도 꽤 비슷하거나, 아예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도 많다.
이 역시 PC 제조사들이 고유의 브랜드명을 붙일 만큼 AMD 노트북 개발 능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새 CPU가 나왔고, 그에 따라 신제품을 개발해 출시해야 하는데, 아직 AMD CPU에 100% 최적화된 설계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존 (인텔)제품들의 설계 및 디자인을 일부 유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능과 사양, 디자인부터 제대로 만든 AMD 노트북이 나오면, 그때는 처음부터 차별화를 위해 아예 새로운 브랜드로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때쯤 되면 AMD 라이젠 노트북의 ‘독자 브랜드 부재’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적은 제조사 수와 그만큼 좁은 선택 폭
이번 ‘르누아르’ 기반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의 수와 종류는 이전 ‘피카소’ 기반 2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늘어나고 다양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AMD 노트북 출시를 관망만 하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와 기가바이트, 레이저 등이다. 비록 활발한 홍보가 없긴 해도 LG전자가 ‘울트라PC’ 브랜드로 AMD 노트북을 꾸준히 선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참여 제조사가 적으니 선택의 폭도 그만큼 좁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번 ‘르누아르’ 탑재 노트북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고, 제조사들도 반응과 수요를 확인한 만큼 후속작 개발 및 출시에도 좀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AMD 라이젠 노트북의 2% 부족함은 ‘르누아르’ 프로세서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심리가 역으로 사소한 단점을 더욱 크게 부각하는 역효과로 작용해서 불거진 셈이다. 최고의 해결 방법은 역시 ‘시간’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