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포스 RTX 3090 모델의 출고 가격이 1999달러(236만3400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부가세 등을 포함하면 최소 250만원 이상으로, 2020년 8월 현재 최고사양 게이밍 노트북 한 대와 맞먹는 가격이다.

엔비디아는 오는 9월 1일 암페어(Ampere) 기반 차세대 지포스(GeForce) 그래픽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성능과 가격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성능은 일단 긍정적인 소식이 즐비하다. 업계 관계자로 추청되는 트위터 캣코기(KatCorgi)는 지난 7월 30일 지포스 RTX 3090의 벤치마크 테스트 성능이 이전 세대 상위 모델인 2080 Ti보다 최대 50% 이상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포스 RTX 30시리즈 레퍼런스 디자인 렌더링 이미지 / 트윅타운 갈무리
지포스 RTX 30시리즈 레퍼런스 디자인 렌더링 이미지 / 트윅타운 갈무리
앞서 다른 소문에서도 테스트 항목에 따라 40%에서 최대 90% 이상 향상된 성능을 보인다는 언급이 나온다. 현재의 지포스 20시리즈보다 확실히 성능면에서 나아진 모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향상된 성능만큼 가격도 덩달아 오를 전망이라는 것. 해외 유명 하드웨어 관련 소식통 트윅타운(TweakTown)은 최근 루머를 인용, 지포스 RTX 3090 모델의 출고 가격이 1999달러(236만3400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에 대한 루머는 중국의 하드웨어 커뮤니티 칩헬(ChipHell)에서도 나왔다. 중국 제조사 컬러풀의 동북부 지역 독점 공급업체가 유출한 내용에 따르면, 출시 예정인 지포스 RTX 3090 비 레퍼런스 모델 ‘벌칸X(Vulcan X)’의 가격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1만3999위안(239만2500원), 온라인(징동닷컴)에서는 1만5999위안(273만4400원)으로, 300만원대 까지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그래픽카드 유통사 관계자도 "정확한 가격은 미정이나 (3090의 가격이) 최소 200만원은 넘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포스 30시리즈의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게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포스 RTX 3090의 메모리 사양이 포함된 마이크론의 공식 자료 일부 / 마이크론
지포스 RTX 3090의 메모리 사양이 포함된 마이크론의 공식 자료 일부 / 마이크론
트윅타운은 지포스 30시리즈가 비싼 원인 중 하나로 최신 그래픽 메모리인 GDDR6X의 사용을 꼽았다. 미국의 메모리 제조사 마이크론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포스 RTX 3090은 핀당 최대 21G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1GB(기가바이트) GDDR6X 메모리 칩을 12개 탑재, 초당 1TB(테라바이트)의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하는 12GB의 메모리를 기본으로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GDDR6X 메모리는 현재 상용화된 그래픽 메모리 중 가장 최신이면서 작동 속도도 가장 빠른 제품이다. 기존 지포스 20시리즈에 사용된 GDDR6 메모리보다 훨씬 빠르고, 대역폭도 넓은 만큼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다.

또한, 기존 지포스 20시리즈가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등 최신 그래픽 기술 지원을 위해 RT 코어, 텐서 코어 등을 GPU에 새로 추가하면서 이전 지포스 10시리즈보다 가격이 크게 오른 바 있는데, 이번 30시리즈도 성능 향상을 위해 RT 코어와 텐서 코어의 수를 더욱 늘린 것이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현재 고성능 그래픽카드 시장이 엔비디아의 독점 상태나 다름없는 것도 가격 상승의 이유로 꼽힌다. 최대 경쟁사인 AMD는 최근 수년간 ‘라이젠’ CPU에만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그래픽카드(GPU) 개발에 소홀했다. 그만큼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이다. AMD가 곧 선보이는 차기 기대작 코드명 ‘빅 나비(Big NAVI)’의 성능도 겨우 지포스 20시리즈 상위 모델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역시 자체 그래픽카드(GPU)인 ‘Xe’ 시리즈를 준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양과 성능이 밝혀진 게 없다. 출시 예정 시기도 내년 하반기쯤이다. 즉 엔비디아가 ‘성능만큼 (가격을 올려) 받겠다’해도 당장 이를 막거나 견제할 회사와 제품이 전혀 없는 상태다.

과거 엔비디아와 AMD의 경쟁 구도가 한창이던 시절만, 최상위 그래픽카드 가격은 평균 699달러(82만4400원) 전후에 머물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엔비디아가 단독으로 치고 나오기 시작한 지포스 20시리즈는 상위 모델 지포스 RTX 2080 Ti의 공식 출고 가격이 999달러(117만8300원)에 달하면서 본격적인 100만원대 시대를 열었다.

지포스 RTX 30시리즈 레퍼런스 디자인 렌더링 이미지 / 트윅타운 갈무리
지포스 RTX 30시리즈 레퍼런스 디자인 렌더링 이미지 / 트윅타운 갈무리
아직 루머에 불과하지만, 지포스 RTX 3090의 예상 가격을 본 업계 및 커뮤니티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요즘 세대가 최고의 게임 성능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세대이고, 비싸게 출시해도 결국 살 사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200만원대’라는 가격은 선뜻 구매하기 힘든, 심리적인 저항선을 훨씬 넘어섰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게다가 지포스 RTX 30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릴 예정인 올해 하반기에는 게임콘솔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의 차세대 제품이 정식 출시를 앞둔 상황이다. 때문에 게임 마니아 중에는 지포스 30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살 비용으로 차라리 신작 게임 콘솔을 사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인 만큼, 엔비디아가 이를 고려해 지포스 30시리즈의 가격을 적당한 선에서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엔비디아의 행보를 고려하면 부정적인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