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격적인 행정명령으로 PC방을 비롯한 수도권 내 고위험시설 12종이 전부 문을 닫게 됐다. PC방 업계는 갑자기 생계가 달린 PC방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는 더 위험할 수도 있는 카페, 음식점, 목욕탕 등은 그대로 두면서 PC방만 콕 집어 영업을 중단시키는 것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어떤 안내도, 협의도 없이 단 3일만에 고위험시설 지정부터 영업중단까지 결정해버린 정부의 불통도 꼬집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소셜미디어에서 영업 중지를 명령한 배경을 설명했다. 요약하면 ‘수도권 코로나19 전염이 심각해 학생 등 사람이 모이는 PC방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정 총리는 또 "이번 조치로 인해 생업에 피해를 보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저도 매우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다"며 "저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저를 탓해 조금이라도 마음이 달래지신다면 몇백번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적었다.

위로 차원에서 한 말이지만, 정부 조치를 납득하지 못하는 PC방 업주가 이 글을 보면 오히려 화만 더 날 듯하다. 정 총리를 탓한다고 자영업자가 갑자기 안정을 되찾고 그들의 생계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 총리의 글에는 정작 중요한 ‘해결책’이 빠졌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PC방 업주 가운데 코로나19 방역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확실히 방역하기 위해 PC방 영업을 중단할 수는 있다. 만난 업주 모두 동의했다.

다만, 이들은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다. PC방을 막을 정도로 방역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카페나 음식점도 함께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PC방은 1인 칸막이, 외부 환기 시설 등을 마련해 식당, 카페보다 오히려 안전하다는 주장을 폈다.

물론 정부도 나름의 기준을 두고 영업 정지조치했을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정부가 보여야 할 태도는 간단하다. ‘나를 탓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이번 조치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 업주에게 설명해야 한다. 타협점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테면 PC방 내 이용자간 대화를 막거나, 정부가 제시한 ‘학생 보호 조치’ 명분에 맞게 청소년에 한해 ‘PC방 출입 금지령’을 내리는 대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

PC방 영업 중단을 알리고 PC방 고위험시설 지정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에 동참해달라고 성토하는 안내문의 모습 / PC방 업계, 온라인 커뮤니티
PC방 영업 중단을 알리고 PC방 고위험시설 지정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에 동참해달라고 성토하는 안내문의 모습 / PC방 업계, 온라인 커뮤니티
보상책도 논해야 한다. PC방 업주도 국민이다. 기자와 만난 업주는 한 가정의 가장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코로나19를 경계하면서도, 가족의 생계가 PC방에 달렸기에 절박한 목소리를 냈다.

최근 PC방 영업 중단 기사를 쓰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서 나선 후, 문득 본 한 작은 초밥집이 떠오른다. 작은 바와 테이블에 사람이 가득 차 발 디딜틈이 없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초밥을 먹으며 마주보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만약 영업 중단 조치에 절망한 PC방 업주가 이 광경을 봤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정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던 2월 신촌명물거리를 찾아 점포를 돌며 상인의 민심을 들었다. 당시 정 총리는 한 가게에서 "그간에 돈 많이 벌어 놓은 것 가지고 조금 버티셔야지"라고 말했다. 다른 가게에서는 "손님 적으니 편하시겠네"라는 위로를 건넨 탓에 민생과 동떨어진 발언이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지금, 정 총리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와 마주했다. ‘총리를 탓하라’는 말보다 생계가 걸려 있는 자영업자를 위한 현실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대책을 지금이라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