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가격 착해졌다

김평화 기자
입력 2020.08.25 06:00
코로나 불똥에 中 제품 등장, 자급제 여파
LG Q92 프리미엄 기능에 가격은 40만원대
삼성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 인하 추세
中 샤오미, 40만원대 중반 5G 스마트폰 선봬

기능 향상 및 디자인 개선과 함께 올라만 가던 스마트폰 가격이 마침내 꺾였다. 코로나19 여파에 중국산 스마트폰 가세, 딴 나라 얘기였던 자급제 시장이 서서히 자리 잡는 것도 영향을 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업체들이 고사양으로 대표되는 5G폰 시장에서 ‘초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고가(高價) 라인업 경쟁을 접고, 중저가 고사양 제품을 내놓고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나섰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 가운데는 자급제(제조사, 유통사 등에서 공기계 구입 후 원하는 이동통신사에서 개통해 사용하는 방식) 시장을 노크하면서 이런 추세가 더욱 늘고 있다.

LG전자 Q92 / LG전자
코로나19 영향에 삼성·LG ‘초저가' 앞세워

LG전자는 최근 중저가 라인인 Q시리즈의 신형 스마트폰 ‘LG Q92’을 선보였다. 회사는 해당 제품을 소개하며 ‘프리미엄급 기능에 가성비까지 갖췄다'고 소개했다. 중저가 가격(49만9400원)이지만 기능은 고가 스마트폰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LG Q92는 LG전자가 5월 출시한 고가 플래스십 스마트폰 LG벨벳(89만9000원)보다 40만원 가량 저렴하다. 성능은 LG벨벳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개선된 부분도 있다. 사용자가 직접 성능 향상을 체감하기 쉬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 기능을 업그레이드 했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765G를 썼다. LG벨벳에서 사용한 스냅드래곤 765의 상위 버전이다. 내장 카메라 역시 전면에 32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해 LG벨벳(전면 1600만화소)보다 업그레이드 됐다. 후면 카메라는 LG벨벳과 성능이 동일(후면 4800만·800만·500만화소)하면서도 추가로 200만화소 접사 카메라를 더 달았다.

LG전자가 이같은 고성능의 저가 스마트폰을 내놓은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하자 고가 단말기에 대한 자금 부담을 느낀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스마트폰 판매량 10위권에 든 제품 중 6종이 100만원 이하 중저가 제품이었다. 순위별로 보면 ▲애플 아이폰11(1위, 99만원) ▲삼성전자 갤럭시A90 5G(2위, 89만9800원) ▲갤럭시A50(5위, 47만3000원) ▲아이폰SE 2세대(6위, 53만9000원) ▲갤럭시A30(7위, 34만9800원) ▲갤럭시A10e(10위, 19만9100원) 등이 있다. 2019년 같은 기간에 중저가 제품이 1개밖에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격’이 중요 변수로 떠오르자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 인하에 돌입했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노트20 판매 촉진을 위해 2019년 상반기 자취를 감췄던 자체보상판매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쓰던 중고폰을 반납하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후 해당 가격만큼 갤럭시노트20 기기값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최대 반값에 갤럭시노트20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A90 5G 후속 모델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중저가 라인인 A 시리즈의 경우 하반기에 수시로 신형을 출시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갤럭시A퀀텀 / SK텔레콤
5G 스마트폰 모델, 중저가 라인으로 확대

LG전자는 LG Q92를 내놓으며 중저가 모델인 Q 시리즈에서 첫 5G 스마트폰임을 강조했다. LG전자가 5G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면서 하반기 해당 시장 경쟁에 불을 댕겼다.

그간 5G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류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5월 갤럭시A51 5G(57만2000원)와 갤럭시A퀀텀(갤럭시A71 5G, 64만9000원)을 각각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특히 갤럭시A퀀텀의 경우 세계 첫 양자보안 폰이라는 특색을 앞세워 A 시리즈 중 최대 사전예약 판매량을 보였다. SK텔레콤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6일간의 사전예약 결과 갤럭시A퀀텀이 갤럭시A80의 3배 판매량을 기록했다.

샤오미 등 외산 스마트폰의 도전도 눈길을 끈다. 중국 기업 샤오미는 올해 7월 미10 라이트 5G(45만1000원)를 선보인 후 시장 경쟁에 힘쓴다. 미10 라이트 5G는 성능은 중고급 스마트폰 수준이면서 가격은 5G 스마트폰 중 최저가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출시 후 초기 판매에서 기대와 달리 부진한 실적을 낸 상태지만 시장 경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온라인으로만 이뤄지던 판매를 확대해 오프라인으로도 진출을 노리고 있다.

샤오미 관계자는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은 외산 폰 비중이 전체의 1%도 안 될 만큼 독특한 시장이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주류를 이루던 곳에서 시장 다각화를 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통신사를 통해 나온 최초 외산 5G 스마트폰이라는 점도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이같은 시장에서 LG Q92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5G 성장세에 맞춰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실속형 제품으로 대응한다. 첫 5G 스마트폰 구매 고객이 주 목표라 밝힌 이유다.

신재혁 LG전자 모바일마케팅담당은 "본격적인 5G 시대를 맞았다"며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는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지속해서 출시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샤오미 미라이트10 5G / 샤오미
새로운 신흥 변수 ‘자급제’ 떠올라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자급제 유통 단말기의 판매량도 확 늘었다. 정부의 자급제 지원 확대와 유통 채널의 스마트폰 판매 확대가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5G 자급제 단말기로 LTE 서비스 신규 가입이 가능하도록 이동통신3사의 약관 개선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가격에 민감한 스마트폰 소비자가 좀 더 쉽게 자급제 5G 스마트폰에 접근하도록 길을 텄다.

기존 이통사 약관에는 5G 단말기 구매 시 5G 요금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통사에서 5G 지원 단말을 구매해 신규 서비스를 가입할 경우 5G 요금제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에 소비자는 5G 자급제 단말을 구매한 후 기존에 쓰던 LTE 스마트폰 유심을 새 단말에 장착해 기존 LTE 요금제를 이어가는 수법을 활용했다. 이제는 제약 없이 자급제 5G 스마트폰을 사용할 길이 생겼다.

유통 업계의 자급제 스마트폰 판매 확대도 변화한 시장 트렌드 중 하나다. 최근 쿠팡과 11번가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이 휴대폰 대리점 사업에 뛰어들며 자급제 스마트폰 판매 시장에 가세했다. 이통사가 공시지원금을 낮추는 사이 유통 업계는 장기 무이자 혜택과 각종 쿠폰 등으로 소비자 관심 끌기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한국 자급제 스마트폰 비중은 올해 11.8%에 이를 전망이다. 자급제 스마트폰 구매 비중이 10%를 넘긴 것은 201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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