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비은행 상품 내부 통제 모범 규준’ 마련
은행권 "보험사 상품인데 왜 은행이 책임지나" 반발
18개 은행 의견 분분…9월 은행 이사회서 결론

앞으로 은행서 판매하는 변액보험 가운데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변액보험 상품은 비예금(펀드·신탁·외환 등) 상품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원금 보장형 상품은 제외다. 은행들은 보험 상품 부실을 책임지게 생겼다며 반발한다. 업계에는 은행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해당 펀드 상품 판매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판로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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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의 보험 판매) 상품 중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변액보험을 비예금 상품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액보험은 보험과 펀드를 결합한 상품으로 고객 보험료 일부를 펀드에 투자해 수익률에 따라 받는 돈이 달라지는 금융 상품이다. 원금 보장형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유형으로 나뉜다.

금융감독원은 9월 은행 이사회에서 해당 안이 결론 내려지도록 밀어붙일 심산이다. 지난해 말부터 논의해온 사안인 데다 사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금융 피해자가 늘고 있어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내부의견이 작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견 수렴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라며 "모두가 동의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 설득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적으로 연합회에서 처리해야 될 부분만 남아 있다"며 "당국 입장에서 필요한 의견은 수렴 중이지만, 9월 이사회서 결론 내리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위험 변액보험, 사실상 규제 가닥…"은행이 책임져야"

이번 조치는 7월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이 비예금 상품의 준비, 판매와 사후관리 등에 관한 표준절차를 담은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한데 따른 것이다.

모범규준 안에는 예금, 보장성보험을 제외한 모든 상품(펀드·외환·방카슈랑스·파생·퇴직연금 상품 등)을 설계하고 출시·판매한 내용을 각 은행 이사회에 ‘사후보고’를 하는 내용이 담긴다. 연초부터 각 은행 실무자가 머리를 맞댄 끝에 굵직한 내용은 모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당시 논의에서 변액보험 중 어디까지를 비예금으로 봐야 하는지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금감원이 나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면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원금보장형을 포함한 일반 방카슈랑스 상품은 보험사 자체 심의 등 규제가 심해 규제를 더 강화할 여지가 없는 만큼 비예금 대상에 적용하지 않기로 판단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변액보험이 비예금대상으로 분류되면, 모든 판매 과정을 은행 이사회가 관리해야 한다. 판매사인 은행 책임이 강화되는 셈이다. 은행이 운영하는 '비예금 상품 선정위원회'는 비예금 상품 판매 전 기획과 상품 선정, 사후 관리를 책임진다. 상품 판매 현황 등에 대해 정기 또는 수시로 이사회와 대표이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은행권 "보험사 상품인데 왜 우리가…수용 못해"

이같은 제재 방안이 유력시되자 시중 은행은 반발한다. 일부 은행은 "변액보험을 은행이 책임지게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은행연합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반기를 드는 이유는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완전히 별개로 보험사에서 자체 심의 후 들어오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은행 역할이 극히 제한됐다. 변액보험은 보험사가 지정한 자산운용사의 펀드 상품에 보험료 일부를 투자하는 구조다. 예컨대 A 보험사 변액보험은 보험사가 미래에셋펀드 또는 삼성자산운용 펀드 상품에 투자하는 식이다.

업계는 이같은 규제가 적용되면 향후 시중 은행에서 변액보험을 취급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실 관리 책임을 떠안으면서 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 자체 펀드·연금 상품도 많은데, 굳이 판매책임을 지면서까지 위험 부담 높은 변액보험을 취급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