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간단한 규칙으로 여럿이서 즐기는 ‘파티게임’ 각광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에 퍼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기조도 강화됐다. 외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제한되자 우울함(코로나 블루)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즐길 수 있는 ‘파티게임’이 코로나 블루를 완화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파티게임은 ‘여려명이 참여하지만, 규칙이 복잡하지 않아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최근 가장 화제인 게임은 각각 영국과 미국의 소규모 개발사가 제작한 폴 가이즈(Fall Guys)어몽 어스(Among Us)다.

폴 가이즈와 어몽 어스는 27일 오후 2시 기준 트위치 실시간 시청자 수를 각각 6만1000명, 7만1000명 기록했다. 보는 게임으로서의 재미와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영상 창작자가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즐기기에 좋은 게임이라서다. 특히 어몽어스는 ‘역주행’의 시작점이 영상 창작자로 꼽히기도 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의 좌절감과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는 상황이다"라며 "파티게임을 즐기면 오프라인에서 느끼는 친밀성, 인간적인 관계를 온라인 환경에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파티게임은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폴 가이즈(왼쪽), 어몽 어스 이미지 / 각 사 제공
폴 가이즈(왼쪽), 어몽 어스 이미지 / 각 사 제공
젤리빈 60명과 신나게 뛰어놀자…출시 23일만에 700만장 이상 판매한 폴 가이즈

영국 소규모 개발사 미디어토닉이 4일 출시한 폴 가이즈는 파티게임과 배틀로얄게임(마지막 남은 한사람이 우승하는 게임)의 장점을 합한 게임이다. 귀여운 젤리빈 모양 캐릭터가 돼, 사용자 60명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콘텐츠를 담았다. 달리고, 점프해서 다른 이용자보다 먼저 맵의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5라운드를 거쳐 왕관을 획득한 최후의 1인이 승자가 된다.

폴 가이즈는 게임 내용이 단순하고, 폭력성·선정성·확률 뽑기 요소가 하나도 없는데도 대박을 터뜨렸다. 한 게임 이용자는 이 게임의 장점을 "왕관을 두고 1등을 겨루는 경쟁 요소가 있지만, 1위를 못해도 사람들과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면서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며 "향후 팀이 불공정하게 나뉘는 현상 등 일부 콘텐츠를 개선하고, 다양한 맵을 추가한다면 오래도록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발사 미디어토닉은 26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에서 폴가이즈가 4일 출시 이후 3주일 남짓한 기간만에 스팀에서 700만장 이상 팔렸다고 밝혔다. 출시 1주차에 200만장쯤을 판매했으므로 인기가 꾸준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27일 기준으로 스팀 최고 동시접속자 수 16만명을 넘기며 CS GO, 도타2,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이에 더해 플레이스테이션(PS) 플랫폼에서는 구독 서비스 PS 플러스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게임 자리에 올랐다.

폴 가이즈가 장기 흥행을 이어가려면 게임 출시 직후부터 등장한 불법프로그램(핵) 이용자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사 미디어토닉은 소셜미디어에서 "부정 행위자를 다루는 것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라며 "지금은 부정 행위를 감지하면 프로그램을 강제로 종료하는 방안을 활용하는데, 곧 더 즉각적인 조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27일 오후 2시쯤 트위치 시청자 수 현황, 게임 중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외하면 어몽 어스와 폴 가이즈의 실시간 시청자 수가 가장 높다. / 트위치
27일 오후 2시쯤 트위치 시청자 수 현황, 게임 중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외하면 어몽 어스와 폴 가이즈의 실시간 시청자 수가 가장 높다. / 트위치
마피아 게임의 발전형 ‘어몽어스’, 2018년 출시 이후 최근 순위 ‘역주행’

어몽 어스는 ‘마피아 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담은 파티게임이다. 이용자 4명~10명이 참여해 우주선에 탑승한 크루메이트(크루원, Crewmate)와 임포스터(사기꾼, Imposter)가 돼 살아남는 게임이다. 크루메이트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회의를 통해 임포스터가 누군지 색출해야 한다. 임포스터를 전부 색출하거나 임무를 모두 완수하면 크루원이 승리한다.

임포스터는 들키지 않게 임무를 수행하는 크루메이트를 제거하거나 임무를 방해할 수 있다. 임포스터는 우주선의 환풍구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크루메이트와 임포스터의 수가 같아지면 임포스터가 승리한다.

어몽 어스는 최근 게임 이용자와 영상 창작자 사이에서 각광받는 게임이다. 27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고, 같은 날 스팀 동시 접속자 수 4만9000명쯤을 기록했다.

사실 어몽어스는 최신 게임은 아니다. 이 게임은 미국 소재 소규모 개발사 이너슬로스가 2018년 6월에 모바일 플랫폼에, 11월에 PC 플랫폼에 각각 선보인 게임이다. 6월~7월 영상 창작자가 플레이하면서 주목받았고, 코로나19로 각종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이 게임의 인기는 빠르게 치솟았다.

어몽 어스의 장점 중 하나는 이용자가 손쉽게 게임 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영상 창작자가 고안해 다수 이용자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일명 ‘술래잡기 룰’은 임포스터를 게임 시작과 동시에 공개하고, 크루메이트 시야를 늘리고 임포스터 시야를 줄여서 임무 수행 여부 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규칙이다. 이 변형 규칙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게임 내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발사 이너슬로스는 게임이 인기를 끌자 후속작 출시 계획을 밝혔다. 후속작에서는 최대 플레이 인원이 12인~15인으로 늘고, 숨바꼭질 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개발사는 "어몽 어스의 시간당 접속자 수가 7만~11만명에 이른다"며 "서버 확장, 콘텐츠 업데이트 등을 위해 게임을 새로 출시하는 편이 더 수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