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내수에서는 선전하는 모습이지만 수출은 말 그대로 바닥을 쳤다.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자리잡기 쉽지 않은 모습이 감지된다. 전략이 부재한 탓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네시스 3세대 신형 G80 / 제네시스
제네시스 3세대 신형 G80 / 제네시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최대 판매시장인 북미지역에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력 럭셔리 세단 G80은 올 상반기 북미시장에서 2000대 가량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지만, 제네시스가 벤치마킹했던 렉서스의 주력 ES는 같은 기간 1만7000대 이상 판매되는 등 해당 세그먼트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격전지인 대형 세단 부문에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반기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G90은 1140대 판매되며 전년 대비 45% 이상 줄었다. 대형세단의 절대강자인 S클래스 역시 30% 정도 판매가 줄었지만 4200대쯤의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젊은 소비층을 겨냥해 세를 넓히는 럭셔리 준중형 부문에서 G70은 1~6월 4300대쯤 팔리며 전년 대비 23% 줄었다. BMW 3시리즈가 2만대 가까이 팔리는 시장인 만큼 G70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신차 판매대수는 약 647만대로 전년 대비 23.4% 감소했다.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를 제외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 감소를 겪었다. 문제는 제네시스의 하락세가 평균치를 상회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신차 투입 시기가 너무 늦어지는 등 전략 부재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제네시스는 올해 시작을 브랜드 최초 SUV GV80로 열었다. 이어 4월 주력세단 G80의 3세대 완전변경차를 투입했다. 신차효과에 힘입어 제네시스는 내수에서 승승장구했다. 제네시스는 올 1~7월 내수에서 누적 6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메르세데스-벤츠(4만1583대), BMW(2만9246대) 등을 제치고 4년만에 안방시장서 럭셔리 부문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르면 2분기 중, 늦어도 하반기 수출 계획이 잡혔던 제네시스 신차들은 여전히 선적되지 못했다. 회사측 공식 입장은 3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현재도 ‘하반기 예정'으로 나온다. 최근 현대차 북미법인이 GV80 마케팅에 돌입, ‘올 가을'로 출시 일정을 구체화한 정도다. BMW 8시리즈, 볼보 S90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적시에 투입되며 선전하고 있는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 SUV GV80 북미광고. 출시 시점을 ‘2020년 가을'로 명기했다. / 제네시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 SUV GV80 북미광고. 출시 시점을 ‘2020년 가을'로 명기했다. / 제네시스
수출지연의 공식적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정조율'로 알려졌다. 부품수급, 방역작업 등으로 인해 공장가동률이 평소의 60~70%에 머물고 있어 당장 내수판매 물량 확보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한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은 상품성과 가격경쟁력 외에도 역사와 브랜드 가치 등 다양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라며 "제네시스가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인정 받으려면 내수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한 발 빠른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