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계약서 내용을 사업계약서에 포함하도록 하고 발주자가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면 신고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이 마련된다. 지난 5월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에 따라 마련한 시행령과 시행 규칙안을 통해서다.

이번에 마련한 제도로 발주자의 부정 행위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수주 기회를 제한하는 등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이 타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아이클릭아트
/ 아이클릭아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월 개정한 ‘소프트웨어 진흥법’의 시행령과 시행 규칙안을 마련했다고 31일 밝혔다. 공청회와 규제 및 법제 심사 등을 거쳐 12월 10일 해당 안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입법 예고 기간을 9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로 정했다. 이 기간에 일반 국민, 이해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에 나선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하위법령(시행령, 시행 규칙)안은 불합리한 업계 관행과 사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사업 계약서 내용 ▲불이익행위의 신고 절차 ▲과업 심의위원회의 심의 사항 등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사업 계약서에는 과업 내용의 확정 방법·시기, 계약 금액·기간 변경, 손해배상, 하자 범위와 판단 기준 등을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소프트웨어 사업자가 발주자의 위법행위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수주 기회 제한 등 불이익을 당할 경우 구제받을 방안도 마련된다. 사업자는 불이익 내용과 입증자료 등을 기재한 신고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하고 과기정통부는 의견을 청취해 필요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치를 요청한다.

공공소프트웨어 사업의 투명성 제고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과업 내용의 확정, 내용 변경에 따른 계약 금액과 기간 조정, 소프트웨어사업 영향평가 결과에 대한 재평가 등을 과업심의위원회에서 심의토록 하고 이를 위한 절차를 명시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소프트웨어 분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지역소프트웨어 진흥책 등이 하위법령안에 담겼다.

업계에서는 하위법령 시행이 궁극적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개발자들의 처우 개선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세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현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하위법령안을 통해 불합리한 관행에 노출된 중소 소프트웨어기업의 사업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소 기업이 활성화되고 수익성이 제고된다면 이들이 주로 고용하는 계약직, 프리랜서의 처우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는 "주로 대기업의 경우 개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고용해 고용 안정을 보장하지만, 인건비에 큰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은 단기 프로젝트 위주로 인력을 고용한다. 프리랜서와 계약직이 몰려 있는 이유다"라며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얻기 위해 밤샘 작업과 같은 무리한 업무를 지시해도 고용안정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정익 법무법인 원 노동팀 변호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각 기업이 유연근로제를 적극 도입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개발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국가는 근로 관련 비용을 적극 지원하거나 사업연구비를 현실화해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근로자로 고용하도록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