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 없는 아이폰12?… 실적 직결 부품업계 긴장감 '증폭'

이광영 기자
입력 2020.09.04 06:00
미중 갈등이 애플 및 부품 납품업체 실적 좌지우지
아이폰12에 위챗 설치 못하면 중국 흥행도 물건너 가
아이폰12용 부품업체 ‘조마조마’

메신저 앱 위챗이 10월 출시를 앞둔 아이폰12의 흥행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챗은 중국인 대부분이 쓰는 메신저 앱이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이 가진 영향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미중 분쟁 여파로 아이폰12에 위챗 탑재가 불가능할 수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위챗 제거를 요구했고, 중국 정부는 위챗 금지 시 아이폰을 쓰지 않을 수 있다며 엄포를 놨다. 아이폰12 흥행에 제동이 걸릴 경우,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주요 업체의 실적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

아이폰12 예상 라인업/ 폰아레나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부품 공급업체에 연말까지 최소 7500만대의 아이폰12를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아이폰12가 사상 첫 5G 지원 아이폰이라는 상징성에서 나온 애플 스스로의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 등 부품업체는 위챗 변수를 지켜본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아이폰12맥스 2000만대쯤에 탑재하는 모바일용 플라스틱 OLED(P-OLED) 공급을 맡았다. 경기도 파주 OLED 공장은 이미 풀가동에 들어갈 준비에 나섰다.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4000만대로 납품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애플이 특히 기대를 거는 판매처는 중국이다. 8월 말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아이폰 중 68%는 2년 이상 사용한 제품이다. 5G 이동 수요가 아이폰 교체 수요와 만난 결과 아이폰12의 판매량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차이롄서 등 중국 매체는 이 보고서를 인용해 "아이폰의 신제품 발표에 맞춰 중국에서 거대한 교체 수요가 있을 것이다"라며 "이번 교체 수요는 최근 4년 내 가장 큰 규모다"라고 보도했다.

중국시장 내 분위기도 좋다.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아이폰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1300만대로 2019년 동기 대비 62% 늘었다. 1분기 대비로는 225%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미⋅중 갈등 심화는 결정적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와 틱톡에 이어 위챗 제재를 앞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6일 텐센트와 거래를 전부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 발효 시점인 15일이면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할 수 있다.

위챗 로고 / 텐센트
애플 전문 분석가 밍치궈 TF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제거할 경우 아이폰 연간 출하량이 25~30%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소비자 설문조사도 이 같은 추산을 뒷받침한다. 120만명의 소비자 중 95%의 응답자는 위챗과 아이폰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아이폰을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중국 정부도 강경 발언을 쏟아낸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월 27일 정례브리핑에서 "만일 미국이 위챗을 금지한다면 우리도 애플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할 경우 중국 정부 차원에서 아이폰 구매를 금지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주력 품목이던 LCD 패널이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시장 경쟁력을 잃고 사업구조 재편에 진통을 겪으며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후발 주자인 중소형 OLED 사업에서도 수율 문제와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아이폰12에 P-OLED 공급을 시작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애플과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P-OLED 공급 확대로 전사 최대 적자 부문이었던 모바일 OLED 부문 실적 개선에 청신호를 켰다"면서 "당초 P-OLED 600만~700만대의 공급을 기대했던 아이폰11프로맥스도 판매 부진으로 500만대 공급에 그친 만큼 위챗 금지 변수에 따른 흥행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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