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산업이 송두리째 뽑힐 위기에 처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이어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 업체인 SMIC까지 미 상무부 거래 제한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는 수혜가 예상된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반도체 공급업체는 SMIC에 부품을 수출할 때마다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위)와 SK하이닉스 로고 모습. / IT조선 DB
삼성전자(위)와 SK하이닉스 로고 모습. / IT조선 DB
SMIC는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화웨이의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업체다. 반도체 자립(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내건 중국 정부로부터 전폭적 지원을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시장점유율 전망치 기준으로 파운드리 세계 1위가 대만 TSMC(53.9%), 2위는 삼성전자(17.4%), 3위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7.0%)라고 밝혔다. SMIC는 4.5% 점유율로 세계 5위다. SMIC의 파운드리 기술은 대만이나 삼성보다 5년 이상 뒤쳐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제재로 화웨이 등 중국 통신 업체가 반도체를 수입할 길이 막히자 SMIC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투자에 나섰다. 5월 17일에만 SMIC에 22억달러(2조7000억원)를 투입했고, 15년간 법인세 면제를 지원했다

하지만 SMIC가 블랙리스트 당사자가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소재, 제조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미국 등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SMIC의 공급선이 막힌다. 결국 SMIC의 매출 중 18.7%를 차지하는 화웨이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 정부 제재가 중국 반도체 굴기를 정면 겨냥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SMIC 제재로 한국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1년 말 7나노 공정을 준비 중인 SMIC 기술개발에 차질이 생겨 7나노 대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90나노 이하로 8인치(200㎜) 공정을 주력으로 하는 DB하이텍, SK하이닉스가 100%를 보유한 파운드리 전문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SMIC의 2분기 매출에서 내수 비중은 66.1%(6억2032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90나노 이상 라인 비중은 42.7%를 차지한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4분기부터 중국 우시공장에서 파운드리 라인을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TSMC,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주력시장(12인치·300㎜)과 달리 중국 중심 틈새시장(8인치·200㎜)을 집중 공략하고 있고, 중국 현지업체 요구에 맞게 CIS, PMIC, DDI 등을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