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멋대로’ IBK디스커버리 투자자, 불만 되레 확대

윤미혜 기자
입력 2020.09.07 17:05 수정 2020.09.07 18:19
같은 상품 판매한 은행은 50%, 투자증권 40%로 서로 다른 보상 제시
금투업계 첫 선지급 결정 사례에도 투자자 비난 봇물
디스커버리 펀드 ‘은행 상품’으로 판매

IBK투자증권이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에게 40% 선지급금 결정을 내렸지만, 투자자들 반발이 거세다. 피해자 측이 당초 요구한 100% 선 보상 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가 모회사인 기업은행이 내놓은 보상률 50%보다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IBK투자증권 측이 첫 선지급 보상안을 발표하면서 타 증권사에 미칠 영향이 부담돼 보상률을 더 높이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펀드 투자자들. / 펀드 투자 피해자 모임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9월 4일 이사회를 통해 디스커버리펀드 투자 피해자들의 원금 40%를 선가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증권사 중 디스커버리펀드 선지급 안이 결정된 건 IBK투자증권이 처음이다. IBK투자증권은 이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보상액이 결정되면 사후 피해액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보상안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IBK투자증권의 모회사인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자들에 대해 50% 선보상을 결정했다.

IBK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디스커버리펀드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타 증권사들 보다 먼저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4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펀드 상품인데도 모회사 기업은행 보상률보다 낮아

반면 피해자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판매처가 다를 뿐 같은 상품에 가입했음에도 기업은행 대비 낮은 보상률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6월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최대 50%를 선지급하겠다는 보상안을 내놨다.

해당 펀드 상품은 IBK기업은행과 증권사가 공동운영하는 WM복합 점포에서 판매됐다. 이 점포는 증권사 상품이라는 출처를 밝히지 않고 기업은행 직원이 판매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고객은 투자증권 상품인 줄 모르고 가입한 경우가 다수다.

한 피해자는 "6월까지만 해도 내 펀드는 기업은행 상품인 줄만 알고 있었다"며 "돈을 돌려받더라도 투자증권에서 돌려받는 거라고 듣지 못했다. 이제 와서 투자증권 고객이기 때문에 기업은행과 똑같이 결정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IBK투자증권은 복합점포 판매 문제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왜 40%인지, 45%나 47%는 왜 안 되는지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IBK투자증권의 이번 결정에 수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율배상 100%를 쟁취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고위험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금투업계 특성상 은행과 똑같이 볼 수는 없다"며 "금감원 분조위 배상기준을 참고하고 복수의 법무법인 의견도 고려했다"고 답변했다.

금투업계 첫 선지급 결정

관련업계는 같은 상품임에도 기업은행과 다른 보상률을 제시한 이유를 증권사 첫 지급 결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첫 사례인 만큼 금투업계 비난 여론을 의식해 부담을 느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IBK투자증권의 이번 결정이 나머지 증권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 채권펀드'의 환매 중단 금액은 유안타증권(159억원), 하나금융투자(121억원), IBK투자증권(111억)원, NH투자증권(71억원), 하이투자증권(65억원), 신영증권 (50억원) 등 총 647억원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처럼 50% 선지급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면서 "첫 사례가 많이 주면, 다른 증권사도 많이 줘야 하는 기준이 되니 그런 게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한편 디스커버리 환매 중단 사태는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기업은행은 이 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가입한 고객에게 투자책임 및 가입처를 명백히 고지하지 않아 불완전판매 의혹을 사고 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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