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IP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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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기술이 각광이다. 그 가운데 우리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차’ 관련 테크놀러지의 발전 상황이 초미의 관심사다.

요즘 나오는 웬만한 신형차들에도 ‘반자율주행’ 기능 정도는 옵션으로 많이들 선택할 정도다. 그만큼, 완전자율주행차를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 관련 기술은 최신 특허에 어떻게 녹아 있을까.

중국의 약진

지구상 가장 최첨단 기술들이 모이는 미 특허청에 따르면, 현재 자율주행 관련 US특허는 출원건수 기준, 총 4만461건에 달한다. 아직 데이터가 온전히 집계되지 않은 2018~2019년 미공개 구간의 출원건수마저, 전년 대비 매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만큼, 자율주행차 분야는 현재 매우 치열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미 특허청/페이턴트피아
/미 특허청/페이턴트피아
이들 출원건을 주요 기술별로 보면, 주행/항법 시스템 관련 특허가 1만3000여건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레이더 시스템과 충돌방지 시스템, 진로제어 시스템 등의 순이다.

자율주행 특허의 주요 기술별 출원건수/ 페이턴트피아
자율주행 특허의 주요 기술별 출원건수/ 페이턴트피아
국가별로는 미국이 4만여건으로 가장 많은 누적 출원량을 자랑한다. 그 뒤를 중국이 3만여건으로 바짝 뒤쫓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가 전무했던 중국이다. 하지만, 불과 4년만에 출원량에서 미국을 추월해 향후 2~3년내 세계 최다 출원국가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 자율주행차 특허출원 동향 / 각국 특허청, 페이턴트피아
국가별 자율주행차 특허출원 동향 / 각국 특허청, 페이턴트피아
올드보이의 역습

그럼, 어떤 기업이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를 미국시장에 출원하고 있는지 보자. 1위는 전체 미국 특허의 16%가 넘는 양을 출원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다. 다음으로는 역시 도요타 그룹의 계열사중 하나인 덴소와 포드, 보쉬 등의 순이다.

주목할 건 전통의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는 특허다. 자율주행차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이들의 퇴보를 의미하곤 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도요타나 포드, 혼다, GM 등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준비가 만만찮다는 걸 알 수 있다.

미래 자동차의 대명사로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중인 테슬라가 순위권내에 없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는 테슬라의 연구개발이 자율주행보다는 ‘배터리’에 초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라이다 등 고가의 장비 없이도, 테슬라 고유의 ‘이미지 센싱’ 테크놀러지를 응용·발전시키는 방식의 기술 고도화를 꾀하겠단 얘기다.

실제로 이 회사 CEO인 앨론 머스크는 최근 "고가의 신규 장비의 추가 탑재 없이, 테슬라 차량에 이미 내장돼있는 기존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만으로 완전자율주행차 기능을 구현시킬 수 있다"고 호언한 바 있다.

뜨는 잠룡, 특허는 알고 있다

이번엔 절대 출원량 뿐 아니라, 자사 전체 특허에서 해당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 거래건수, 해외특허건수 등을 종합 집계해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최근 급성장중인 일명 ‘다크호스 기업’만을 추려봤다.

1위는 우버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별도 설립한 우버연구개발센터(UATC)가 차지했다. 중국 업체 바이두의 선전도 눈에 띈다. 3위는 최근 볼보에 라이다 납품계약을 체결한 루미나텍이다. 이밖에 월마트의 자회사 아폴로, 최근 아마존에 1조원이 넘는 돈을 받고 피인수된 죽스 등이 역시 신흥 강자 반열에 올라있음을 특허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라이다 지고, 신기술 뜬다

특허권은 집이나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좋은 특허 골라 사서 쟁여놓고 싶은 마음은 다들 같다. 그래서 특허시장에서 매매된 자율주행 관련 물건만을 따로 분석해봤다. 지금껏 총 5362건의 US특허가 거래됐다. 아래 자료는 이들 거래특허에 등장하는 핵심 기술 키워드를 모두 발라낸 뒤, 이를 다시 출현빈도순으로 굵고 진하게 표시한 거다.

그 결과, ‘디스턴스 래이블링’(distance labeling), 즉 차량과 물체간 거리의 수치화 기술 관련 특허가 총 1714건으로 제일 많이 거래돼, 가장 핫한 키워드로 꼽혔다.

/ 페이턴트피아
/ 페이턴트피아
‘데이터베이스’나 ‘소프트웨어’도 눈에 띄는 기술용어다. 반면, 라이다나 레이더, 신호처리 등 자율주행의 동의어처럼 따라다니던 기술 키워드들은 실거래 특허에선 상대적으로 덜 보였다. 그만큼 이들 용어는 이제 기술적 완성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디스턴스 래이블링은 총 927건의 자율주행 관련 미국내 특허소송 가운데, 모두 465건에 등장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구글 ‘알박기 특허’ 이색

운전대와 각종 계기반 등이 없어진 완전자율주행차의 대쉬보드는 어떤식으로 진화할까? 구글은 관련 특허명세서에서 "택시 뒷자리에 앉은 듯 하다"고 묘사했다. 도면을 보면 틀린 말 같진 않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특허 / 미 특허청
구글의 자율주행차 특허 / 미 특허청
그런데, 이 특허에서 구글이 주목한 건 따로 있다. 도면번호 508번 즉, 대쉬보드의 형태다. 기존의 모든 조정장치가 사라진 운전석을 구글은 이렇게 꾸며버리곤, 이를 다시 ‘디자인 특허’로 별도 출원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관련 디자인특허 /  미 특허청
구글의 자율주행차 관련 디자인특허 / 미 특허청
이런 디자인 외 어떤 모양을 상상할 수 있을까? 디자인 특허는 단순할수록 강력하다. 마치 애플의 ‘모서리가 둥근 스마트폰’처럼, 비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의 이 디자인 특허를 ‘알박기 특허’라고 부르는 이유다.

헤드헌팅 자료로도 활용되는 특허

특허 빅데이터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기술 뿐아니라, 인사나 마케팅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헤드헌팅이나 리쿠르팅 자료로의 쓰임이 각광받고 있다. 바로 특허DB가 갖고 있는 ‘발명자’ 필드 정보 때문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이 발명자 정보를 분석하면, 해당 기술분야 주요 키맨을 솎아낼 수 있다. 미국 특허에 발명자로 이름을 올릴 정도면, 소속 기업은 물론이고 해당 기술분야내에서 세계 최고의 인재로 꼽을만 해서다.

한국 국적의 발명자중에서는 삼성전자 소속 방석원 연구원이 총 32건의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에 발명자로 이름을 올려 최다 특허왕에 등극했다. 스트래드비전이라는 자율주행차용 SW 전문 스타트업에서만 부석훈 등 총 4명의 소속 연구원이 각각 20건의 특허를 발명해냈다. 이 업체는 얼마전 현대모비스로부터 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낸 바 있다.

성큼 다가온 완전자율차 시대

공상 과학 속에서나 나올 법한 완전자율주행차는 최소한 특허 속에서만큼은 이미 정주행중이다. 그렇다면 어느 국가, 무슨 기업, 어떤 연구자가 해당분야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내고 대비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특허 빅데이터'가 바로 그 일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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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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