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카드사 저평가하던 개인사업자 특화 상품 출시
은행은 대출 문턱 낮추고, 카드사는 결제 데이터로 공략
업계 "은행, 카드사 모두 대출 사업 영위…긍정 효과 기대"

시중 은행과 카드사가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 등을 대상으로 전용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주부·개인사업자 등 기존 저신용 등급자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다.

/게이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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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가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거나 이미 개발을 완료하고 시장에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시중 은행도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형을 도입하거나 스타트업과 제휴해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대출 상품 문턱을 낮췄다.

이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서다. 은행은 신규 고객이 늘어난 만큼 대출 고객 스펙트럼도 더 넓어진다. 고객 입장에서도 신용점수를 향상해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은 물론 카드사도 결국 대출이 주요 수익원이다"라며 "가맹점 수수료보다는 거의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대출 사업에서 매출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을 하려면 금리 산정 등에 필요한 신용평가가 중요하다"며 "고객은 6등급에서 2등급만 올라도 중금리대출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이달 8일 대안 신용평가 플랫폼 '크레파스', 맞춤형 자산관리 플랫폼 '한국금융 솔루션'과 함께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해 10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서비스 '마이크레딧'를 출시하며 CB(신용평가) 시장에 진입했다.

KB국민카드 역시 지난달 가맹점 카드매출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개인사업자 특화 신용평가 서비스 '크레딧 트리'를 내놨다. 금융 실적 위주로 평가됐던 기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한계를 넘어 매출 실적, 상권 경쟁력, 부동산 정보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BC카드도 올해 6월 소상공인 신용평가 서비스 '비즈 크레디트'를 시작했다. 하나카드와 현대카드도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형을 도입한 'NH씬파일러 대출'을 출시했다. 금융거래 이력이 짧고 신용등급이 낮은 사회초년생도 대출이 가능토록 한 상품이다. 통신사 정보 등 비금융데이터와 머신러닝 기반 모형을 결합해 신용·소득이 낮아도 상환력 있는 고객을 선별한다. 은행권 대출이 어려웠던 씬파일러에겐 유리한 신용평가모형인 셈이다.

하나은행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제휴해 개인사업자 맞춤 대출 상품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배달 앱 주문수와 재주문율 등을 활용한 개인사업자 맞춤형 금융 상품이다. 배민 측은 프로모션을 통해 입점 업주를 대상으로 하나은행 대출 이자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금융 거래 이력 부족 등의 사유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웠던 고객을 대상으로 '비상금 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1금융권에 접근성이 낮았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은행들도 대출 심사 시 효율성을 높여 자금 조달 기회가 많아져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m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