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Co·라이트펀드 등 비영리재단發 오픈 이노베이션 가속화
백신·치료제·필수의약품 자국화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국내 제약사 R&D·생산 역량 필두로 산업계·정부 협력 확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글로벌 위기에서 제약바이오업계와 정부가 역량을 총결집하고 있다.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확보가 각국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그간 축적한 연구개발(R&D)·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정부와 협력하면서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쏟는다. 특히 각 영역에서 힘을 모아 설립한 비영리재단이 감염병 대응과 제약 자국화의 핵심 창구 역할을 맡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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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공동 투자·개발 플랫폼 KIMCo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국내 최초 제약바이오산업 공동 투자·개발 플랫폼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을 설립했다.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감염병 치료제·백신의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고, 필수의약품 확보와 글로벌 시장 공략 등을 가속화한다는 취지다. 지난 4월 협회 이사장단에서 이 같은 공동 개발·투자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산업계에 공감대가 퍼진 것이 KIMCo의 출범 배경이다.

이후 KIMCo는 56개 제약바이오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금을 모아 출연 목표액 70억원을 돌파하고 8월 초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출범하는 등 빠르게 체계를 갖췄다.

눈에 띄는 건 출자 기업이 상위제약사부터 중소제약사까지 고르게 분포했다는 점이다. 백신 개발·생산 역량을 보유한 기업과 수액제 등 필수의약품 생산 기업, 꾸준하고 전폭적인 연구개발(R&D)를 통해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 약물전달기술(DDS)과 같은 특화한 기술을 지닌 강소기업 등이 KIMCo에 뜻을 모았다.

KIMCo는 이들 기업을 비롯한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민과 관, 산·학·연·병 협업을 이끌어내는 한국형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KIMCo의 첫 행보는 정부의 3차 추경예산안에 반영된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 생산설비 및 장비 구축 지원사업’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치료제·백신 생산장비 구축지원 사업단 선정’ 협약을 체결한 KIMCo는 사업 수행기관으로서 국내 기업의 제조역량을 강화하고, 의약품 수급 안정화에 나선다.

KIMCo는 이번 지원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민·관 협력, 나아가 글로벌 협력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또 프로젝트 성과는 의약품 자국화, 필수의약품 생산, 혁신신약 개발 등 국민 건강권 확보와 제약바이오산업의 역량 강화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허경화 KIMCo 초대 대표는 "기업과 범정부적으로 활용 가능한 자원을 끌어모아 코로나19는 물론 신종 감염병 대응, 혁신신약 개발, 글로벌 진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라며 "민간이 주도적으로 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제약바이오산업 특화형 민관합동형 파트너십(PPP)의 새로운 성공 모델이 되겠다"고 밝혔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의약품 자국화 실현 기대

코로나19뿐 아니라 유사 감염병 주기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KIMCo 등 민관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감염병으로 국가별 무역장벽이 생기고, 자국민을 위한 의약품 확보가 우선시되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필요한 필수의약품이나 백신의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유럽 등 정부는 유력 제약사와 백신 개발 전부터 선제적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백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원료의약품 확보에 있어서도 인도·중국 등 주요 제조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거액을 주고 해외에 진출한 제약사의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불러오는 ‘리쇼어링’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자체 제작 백신과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안심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26.4%에 머물고 있다. 결핵·B형간염 등 총 22종의 국가 필수 예방접종백신 중 자급가능한 것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감염병 위협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백신 확보와 의약품 공급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산업 역량을 키워야만 한다"며 "이번에 출범한 KIMCo와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통해 민·관이 협력하고 공동의 성과를 내는 사례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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