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⑤ 커피를 더 알려면 꼭 기억할 이름 '케네스 데이비드'

신혜경 칼럼리스트
입력 2020.09.11 06:00
"매혹적으로 풍부하고 강렬한 독특한 꽃향과 말린 블랙체리, 로즈티, 코냑, 초콜릿 퍼지(fudge), 부드럽게 살짝 탄듯한 아몬드나무 향, 아삭거리는 감자칩에서 나는 몹시 달콤하고 향긋함, 사과에서 느껴지는 산미, 시럽의 촉감이 입 입안 가득 느껴진다. 한 모금 마신 후에는 이러한 모든 향미의 여운이 살짝 구운 듯한 베이컨의 감칠맛과 함께 유난히 길게 남는다"

케네스 데이비드(Kenneth Davids)는 하와이 코나 지역 훌라대디(Hulla Daddy) 커피 농장이 2018년에 생산한 모카(Moka) 커피를 이렇게 평가하고 최고점(커피리뷰:coffeereview.com)을 줬다. 커피 전문가인 그는 매년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커피를 직접 평가한다.



Coffeereview.com 에 게재된 2018년 1위 커피 ‘훌라대디’
몇 년 전 하와이를 여행하다가 훌라대디 농장을 방문했다. 리뷰에서 본 이름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코나 지역의 수많은 커피 농장 중에도 상대적으로 고지대에 있었다. 커피 품질 또한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이 지역 농장을 돌아보니 ‘그늘재배’를 하는 곳이 없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매일 오후 구름이 산 기슭에 걸려 ‘그늘재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커피는 하루 종일 햇빛을 보는 것보다 60% ~ 70% 정도 그늘 속에서 자라게 하는 것이 좋다. 커피 체리가 천천히 충분히 익으니 품질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일부러 커피 나무 사이에 키 큰 나무를 심는다.

케네스 데이비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커핑 마스터(Cupping Master)이다. 와인업계로 치면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에 비견할 만한 인물이다.

잘 알다시피 로버트 파커는 최초로 100점 만점의 와인 평가시스템을 개발했다. 맛과 향 등 와인 품질 평가를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인식하도록 했다. 케네스 데이비드는 ‘켄 포인트(Ken Point)라는 이름으로 100점 만점의 커피 향미(Flavor, Aroma, Fragrance, Body, Aftertaste) 평가시스템을 개발했다.

‘켄 포인트’는 매년 생산한 세계 각지의 커피를 평가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품질이 높다고 평가된다. 각 커피의 향미를 자세하게 표시했다. 해당 품종과 재배환경, 가공방식과 같은 특성도 함께 소개한다.

이 점수는 커피 등급과 가격에도 직결된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와 국제커피품질연구소(CQI, Coffee Quality Institute) 큐그레이더(Q-grade)가 ‘켄 포인트’를 바탕으로 커피향미 평가프로그램(Q program)을 만들었다.

1970년대 초 커피계에 입문한 그는 커피리뷰(Coffeereview.com)를 개설하고 꾸준히 커피향미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유명 커피 잡지인 ‘로스트매거진’(Roast Magazine)에도 그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케네스 데이비드가 커피 평가를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매년 세계 각지의 커피 산지는 커피를 그에게 보내 평가를 받는다. 스타벅스 등 수많은 유명 커피업체도 로스팅된 커피를 보낸다. 케네스 데이비드는 블라인드(blind) 방식으로 커피를 평가했다.

2018년에만 약 2000여개의 커피를 평가했다. 약 300여개의 평가 결과를 커피리뷰에 게재했다. 해가 바뀌면 전년도 평가 커피리뷰들 중 1위부터 30위까지를 별도로 선별해 공지한다.

훌라대디의 모카 커피는 이렇게 2018년도 최고 커피로 선정됐다. 세계의 커피 전문가들은 현지를 방문하거나 직접 맛보지 않더라도 ‘켄 포인트’를 통해 그해 생산 커피 품질을 추정할 수 있다.

케네스 데이비드가 운영하는 커피리뷰 사이트
케네스 데이비드는 커피리뷰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유로 탁월한 커피와 특색있는 커피를 생산하는데 힘을 기울인 로스터들, 농부들, 농장주들의 노력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전에 존재하지 않는 맛의 우수성과 다양함을 알리고 크든 작든 커피생산자의 헌신에 영광을 수여하기 위해서 사이트를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케네스 데이비드는 세계적인 커피매거진 프레시컵(Fresh Cup)과 티앤커피(Tea & Coffee)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며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즈, CBS, CNN 등 유수의 언론을 통해 커피관련 전문가로 활동한다.

또한 세계 6대륙에서 열리는 각종 커피 관련 워크숍과 세미나에도 가 커피작가, 평론가, 컨설턴트로도 활동한다. 스타벅스, 일리, 던킨도너츠를 비롯한 세계적인 유명 커피브랜드들이 그에게 로스팅한 원두를 보내 점수를 받기도 한다. 이를 품질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커피 업계에서 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책도 3권을 냈다. <홈 커피로스팅과 실전(Home Roasting: Romance and Revival)>은 재판, <커피 구매, 추출 및 음용 가이드(Coffee : A Guide to Buying, Brewing and Enjoying)>는 5판에 들어갔다. <커피 구매, 추출 및 음용 가이드>는 세계적으로 27만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또다른 책 <에스프레소: 궁극의 커피(Espresso: Ultimate Coffee)>는 미국의 식음료 분야 최고 권위자에게 부여하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James Beard award)에 추천됐다.

케네스 데이비드는 특히 미국 스페셜티 커피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한 사람이다. 이 공로로 1996년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SCAA로부터 ‘특별공로상’(Special Achievement Award for Outstanding Contribution)을 받았다.

케네스 데이비드 저서들


2018년 5/12-20 뉴욕 coffeecon의 행사에 참여한 케네스 데이비드 포스터 사진
커피는 씨앗 품종, 산지 농장의 토양과 기후, 재배 방법, 수확 후 가공방법, 유통 및 보관에 따라 그 향미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매년 생산 상품을 평가해야 하며, 등급도 가려야 한다.

따라서 매해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고 분석하며 그 결과를 공유하는 것은 커피 전문가에게 필수적이다. 이 일을 케네스 데이비드가 한 것이다.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바로 ‘켄 포인트’ 개발을 넘어 그 평가 결과를 세계 커피 전문가와 공유한 것에 있다.

우리나라 커피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스페셜티 커피의 소비도 증가 추세다. 고급커피 매장 수가 미국, 중국, 일본을 압도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난다.

스페셜티 커피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때 원두를 구매함에 있어 품질 확인 기준인 ‘켄 포인트’가 많은 도움을 준다. 판매자는 이 기준을 따라 상품 품질을 표현하고, 구매자는 그 정보를 보고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판매와 구매 모두 쉽도록 도움을 준다.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를 세계 전문가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표현했는지 알고 싶다면 켄포인트를 한번 살펴볼 만하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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