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콘솔을 막론하고, 4K 해상도(2160p, 3840x2160)에서의 완벽한 게임 플레이는 여전히 극복할 과제 중 하나다.

"요즘 게임 콘솔도 4K를 지원한다"라고 반문할 법도 하지만, 사실 현재 게임 콘솔의 4K 지원은 일종의 눈속임이다. 30프레임으로 제한을 건 반쪽짜리에 불과하거나, 실제로는 풀HD로 실행하면서 해상도만 4K로 업스케일링 한 소위 ‘뻥튀기 4K’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고 사양 PC에서도 4K 해상도에서 60프레임(60㎐)을 유지하려면 게임 그래픽 옵션을 타협해야 하는데, 그보다 하드웨어 성능이 떨어지는 게임 콘솔이 오죽할까.

4K를 넘어 최대 ‘8K 게임’ 구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지포스 RTX 3090 / 엔비디아
4K를 넘어 최대 ‘8K 게임’ 구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지포스 RTX 3090 / 엔비디아
근래 들어 매번 새로운 그래픽카드가 등장할 때마다 ‘4K 완전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본격적으로 4K 해상도의 TV 및 모니터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던 4년 전, 지포스 10시리즈가 나올 때만 해도 그랬고, 2년 전 지포스 20시리즈가 나올 때도 그랬다. 그러나 두 제품 모두 ‘4K 완전 정복’은 실패했다.

이번 지포스 30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유독 높은 이유도 이 제품이 진정한 ‘4K 게이밍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기존 지포스 10시리즈와 비교해 ‘RTX 기술’을 통한 화질 개선 외에 실질적인 성능 향상은 크지 않았던 지포스 20시리즈와 달리, 지포스 30시리즈는 일반 3D 그래픽 성능도 최소 20%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한몫한다.

4K 해상도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최고 화질로 구동한 모습. 화질은 뛰어나지만 화면 프레임은 60프레임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 최용석 기자
4K 해상도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최고 화질로 구동한 모습. 화질은 뛰어나지만 화면 프레임은 60프레임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 최용석 기자
어째서 사람들이 ‘4K 게이밍’을 기대하는 것일까. 이는 4K라는 해상도 자체만으로도 게임과 그래픽카드에서 지원하는 각종 화질 개선 효과를 적용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화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장 보편화한 게임 화질 개선 기술인 안티 앨리어싱(Anti-Aliasing)은 3D 오브젝트의 경계면이 계단처럼 우툴두툴하게 보이는 것을 부드럽고 매끄럽게 보이게 만드는 기법의 하나다. 모니터 화면이 크고 해상도가 낮을수록 화면을 구성하는 하나의 픽셀(Pixel) 입자가 더욱 크게 보이기 때문에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4K 해상도는 이론상 화면 크기가 같을 때 픽셀 하나의 크기가 일반 풀HD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작다. 그 때문에 안티 앨리어싱 효과를 적용하지 않아도 3D 오브젝트의 경계면이 훨씬 자연스럽고, 매끄럽고, 선명하게 보인다.

3D 오브젝트 표면에 입혀지는 텍스쳐(texture)의 해상도도 증가하면서 같은 크기의 화면이어도 풀HD나 WQHD(2560x1440, 1440p)보다 훨씬 선명하고 정교한 질감과 입체감을 구현할 수 있다. 때문에 4K 화질로 게임을 즐겨본 이들은 그 이하 해상도에서의 게임 화질이 성에 안 찰 수밖에 없다.

지포스 RTX 3090과 LG전자 8K TV로 ‘8K 게임’ 시연을 하는 모습 /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90과 LG전자 8K TV로 ‘8K 게임’ 시연을 하는 모습 / 엔비디아
2년 전 엔비디아가 지포스 20시리즈를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엔비디아는 차세대 그래픽카드의 ‘성능’ 보다는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이나 ‘딥러닝 슈퍼 샘플링(DLSS)’처럼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게임 화면의 ‘품질’ 향상을 강조하는 데 더 주력했다. 이후 제품이 출시되고 실제 성능이 드러나자 사용자들의 불만도 폭발했다. 각종 신기술 적용으로 그래픽카드 가격은 최대 50% 가까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성능 향상은 고작 10% 이내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렇게 강조한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기술은 게임 자체에서 지원해야 사용이 가능하고, 막상 지원하는 게임도 활성화시 게임 퍼포먼스가 크게 저하되는 등 실전용보다는 장식용, 감상용 기술에 가까웠다. 그나마 AI로 화면을 최적화, 4K 해상도의 화질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퍼포먼스를 높일 수 있다고 홍보한 DLSS 기술은 게이머들의 이목을 잠시나마 끌었다. 하지만, 실제 이를 지원하는 게임은 지포스 30시리즈를 발표한 지금도 겨우 두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적은 상황이다.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및 DLSS 활성화 시 성능 비교 그래프 / 엔비디아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및 DLSS 활성화 시 성능 비교 그래프 / 엔비디아
반면, 이번 지포스 30시리즈는 이전과 달리, 발표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직접 ‘성능 향상’을 거듭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2일 온라인 발표 행사에서 최상급 지포스 RTX 3090 제품과 LG전자의 최신 8K OLED TV를 이용, 4K를 뛰어 넘는 8K(7680x4320) 해상도에서의 게임 실행을 시연했다.

물론, 이는 순수 그래픽카드 성능으로만 구현한 ‘네이티브 8K’가 아닌, 업그레이드된 레이 트레이싱 및 DLSS 기술을 적용한 상황에서의 8K 게임 시연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보는 관계자들의 눈에는 ‘8K도 저렇게 빠르고 부드럽게 표현하는데, 4K쯤이야 거뜬하겠네’라는 인식을 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지포스 30시리즈 중에서도 순수 성능만으로 4K 해상도와 최고 화질 옵션에서 60프레임 유지가 가능한 것은 최상급 모델인 RTX 3090과 3080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RTX 및 DLSS 기술을 동시에 사용할 때 3080이 4K 해상도에서 60프레임 유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3070은 그에 못 미치지만, 사양이 업그레이드된 강화판 모델(Ti 나 슈퍼 등이 붙는 제품)이 나오면 4K 영역을 노릴만 하다.

게다가, 이제는 4K 분야에서도 60㎐를 넘는 120㎐, 144㎐ 를 지원하는 사양의 4K 디스플레이 제품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포스 30시리즈의 실제 성능이 엔비디아가 발표한 만큼만 나오더라도 2020년은 진정한 ‘4K 게이밍 시대’가 열리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