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후 정부가 발령한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14일부터 2주간 완화된다. PC방은 감염 고위험시설에서 제외돼, 14일부터 다시 영업할 수 있게 됐다. 8월 18일 영업 금지조치가 내려진지 약 1개월만이다.

영업을 다시 시작하게 됐지만, PC방 점주의 표정은 밝지 않다. 정부의 조치가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정부는 PC방 영업 재개 조건으로 ▲미성년자 출입 금지 ▲좌석 띄어앉기로 손님 간 거리 확보 ▲음식물 취식 금지 등 방역 지침 조항을 제시했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PC방 업계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14일 영업을 재개한 서울 한 PC방의 모습. / PC방 점주 제공
14일 영업을 재개한 서울 한 PC방의 모습. / PC방 점주 제공
음식물 취식 금지만 고려해도 매출 ‘반토막’
매장에서 음식 못먹게 하자 이용자 집단으로 외부에서 취식

정부의 방역 지침 조항 가운데, PC방 매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음식물 취식 금지’다. PC방 업계는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PC 사용 요금을 1000원 내외 수준으로 동결했다. 그 대신 휴게음식점 허가를 받아 방문객에게 다양한 음식을 제공, 수익을 올렸다.

PC방 점주 다수는 음식 판매 수익이 매출의 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다른 조건이 없이 단지 음식물을 판매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매출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입을 모았다.

PC방 업계는 1인 칸막이, 강력한 환기시설을 마련했다며, PC방이 카페·음식점 등보다 오히려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마땅한 근거 없이 PC방의 음식 판매만 금지하는 등 푸대접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원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 점주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들은 급식실에 ‘ㄷ’자 아크릴판을 설치했다. PC방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ㄷ자 아크릴판을 사용했다"며 "환기 시설도 확실히 마련했다. PC방 음식은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로 가볍게 조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조리하는 사람이 음식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훨씬 적다"고 주장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B 점주는 "정부는 계속해서 형평성과 논리에 어긋나는 정잭만 펼치고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면, 식당과 카페와 PC방을 굳이 차별할 이유가 없다"며 "굳이 보여주기식으로 PC방의 제재를 이어가는 것은 방역·경제 어느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산시의 C 점주는 "PC방 안에서 음식물을 먹지 못하면 이용자는 도중에 집단으로 나가서 음식을 먹고 온다. 이것이 오히려 방역 측면에서 더 위험해보인다"고 말했다.

14일 다시 문을 연 안산시 한 피시방의 모습,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 C 점주 제공
14일 다시 문을 연 안산시 한 피시방의 모습,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 C 점주 제공
좌석 띄어앉기로 PC 사용 요금도 반토막…설상가상
PC방 업주 "고위험시설 지정과 최근 조치가 무엇이 다른가"

PC방을 운영할 때는 보통 임대료와 전기세, 인증비와 저작권료, 보험비 등 고정 비용이 꾸준히 나온다. 그래서 음식을 판매하지 못한다면 궁여지책으로 PC 이용 요금으로 고정 지출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이마저도 한 자리 띄어앉기, 미성년자 출입 금지 조건 탓에 충당하기 어렵다.

만약 100석짜리 PC방이 있다면 최대 50석만 이용자를 받을 수 있다. 음식물 판매 금지로 반토막난 매출이 좌석 때문에 또다시 반토막 나게 된다는 것이 PC방 업주 다수의 주장이다. 미성년자 손님도 받을 수 없으니 예상 매출은 더욱 줄어든다.

안양시의 D 점주는 "맥주 한잔 마실 때는 서로 붙어서 마시던 일행이, PC방을 방문할 때 갑자기 떨어져 앉는다고해서 방역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다수 업주가 미성년자 출입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방역을 위해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D 점주는 "상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아이의 걱정을 염려하는 학부모가 많기 때문에 미성년자 출입 금지 조치는 수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PC방 업주 다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방역정책 탓에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부가 실효성일관성을 확보한 정책을 낼 것을 촉구했다.

B 점주는 "PC방 업계는 계속해서 PC방을 고위험시설에서 제외해달라는 목소리를 냈다"며 "그런데 정부 정책을 보면 말로는 제외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온갖 제재를 가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고위험시설 지정과 다를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E 점주는 "(최근 조치를 보면) 정부가 PC방 자영업자의 의견을 무시하다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니 민심 챙기기용으로 이해가 안되는 판단을 내렸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에서 못 받는 위로를 불편할텐데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주고, 나갈 때 음료도 포장해가는 손님들에게서 받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