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와이파이 vs 단통법 폐지
여야 ‘가계통신비 절감’ 방법 완전 달라

21대 국회에서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가계 통신비 절감에 속도를 낸다. 논란이 많은 보편요금제(정부 발의) 보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법안 마련에 몰두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와이파이 확대 등 간접적 방법의 가계 통신비 절감을 꾀하는 법안에 신경을 쓰고,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단통법 폐지 카드를 내밀었다.

▲조선일보DB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14일부터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 관련 업계 의견 청취를 시작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규제를 통해 시장을 개선하려 할수록 규제 회피를 위한 풍선효과가 반드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휴대전화 구매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고 봤다.

김영식 의원실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 추진 배경으로 "많은 국민들이 단통법 폐지를 원하고 있다"며 "야당 소속 의원(조해진)이 발의한 단통법이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야당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로 폐지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통사들은 마케팅 비용 증가를 우려해 폐지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업자보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시민단체는 단통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통3사와 유통점은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이 과열 경쟁을 억누르고, 이용자 차별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며 "폐지보다는 사업자의 자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의견 청취를 한다면 법안 폐지에 반대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김 의원실은 코로나19로 인해 이해 관계자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의견을 청취하는 대신 시민단체, 사업자, 학계, 유통점 등 관계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협의회'를 통해 제도개선을 논의 중이다. 단통법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도개선 논의 과정에서 단통법 폐지를 검토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수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사업자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이용자의 혜택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계속 논의 중이다"며 "단통법 자체를 폐지하는 것을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KT직원이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하는 모습 / KT
KT직원이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하는 모습 / KT
국민의힘은 통신비 소득공제 공약도 추진한다. 박대출 의원은 6월 21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일명 ‘통신비 환급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해, 5년 한시적으로 휴대전화 이용요금 소득공제 제도를 적용해 가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간 1135만명에 대해 연평균 약 1조8802억원의 통신비 감면(소득공제)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당, 공공와이파이 드라이브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디지털뉴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 맞물리는 공공와이파이 사업에 힘을 싣는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민주당 1호 총선공약 ‘공공와이파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공와이파이 정책 수립, 제공기반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제정법 ‘공공와이파이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공공와이파이법)’을 11일 발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공공장소 1만 개소에 신규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한다. 하지만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별적으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실시하다보니 과기정통부가 정책의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자가망을 활용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조 의원이 발의한 법에는 과기정통부 소속으로 공공와이파이위원회를 설치해 공공와이파이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하고, 과기정통부 장관이 공공와이파이의 이용현황을 조사하고 관리지침을 고시하도록 해 체계적으로 공공와이파이 구축 관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공공와이파이 서비스 개발, 품질관리, 기술 표준화 등 공공와이파이의 적정한 품질 수준 확보를 위한 조치 사항도 포함한다.

더불어민주당 당적의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추경 예산 중 일부를 13세 이상 국민의 통신비 2만원 할인 대신 공공와이파이 확장에 나서자고 제언했다. 김 지사는 일회성 비용으로 끝나는 통신비 할인 정책보다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무료 와이파이 지역 확대가 국민들에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지금 정부에서 지자체에 공공와이파이를 강제로 의무화하거나, 자가망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 효과는 있을 것 같다"며 "사업이 끝나기 전에 법안이 통과해야 실효성 여부를 알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