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업체 대표인 A씨는 고민이 크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대형 포털에 키워드 광고에 나섰지만, 동종업체에 밀려 노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명으로 검색해도 다른 업체가 먼저 노출돼 불만이 더 크다.

# 직장인 B는 예약한 호텔 홈페이지를 들어가다 낭패를 봤다. 영문 주소를 잘못 입력해 타 호텔 사이트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후 한참 예약한 호텔을 찾기 위해 곤욕을 치렀다.

포털은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사이트의 노출 순서와 빈도를 정한다. 하지만 정확한 규칙은 알지 못해, 사이트 운영자에게는 '밀실 운영'이나 다름없다. 배진현 콤피아 대표는 "인터넷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곳이 동일한 서비스에 노출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콤피아가 이번달 1일부터 한글 도메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진은 배진현 콤피아 대표. /IT조선
콤피아가 이번달 1일부터 한글 도메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진은 배진현 콤피아 대표. /IT조선
이런 포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콤피아는 지난 9월 1일부터 모바일에서 한글 도메인 서비스 ‘리얼네임도메인'를 상용화했다. 정해진 한글 도메인은 항상 일대일 대응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라고 꿀업 브라우저에 입력하면, 별도 검색창이 나오지 않고 곧바로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것이다.

"리얼네임도메인은 중소기업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배진현 대표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포털은 광고 규모나 인기도 등으로 노출도가 결정 난다. 이름이 알려진 기존 기업이나 규모가 큰 기업이 유리하기 쉬운 구조다. 기회가 평등한 셈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주소 오입력이나 과도한 광고 노출 등 원하지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어 리얼네임도메인이 편하다. 날씨, 교통 정보, 주식 정보 등 간단한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어, 유저의 리텐션(잔존율)이 높다.

현재, 자체 개발 브라우저 '꿀업(coolup)'이나 삼성 빅스비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시작으로 콤피아는 한글 도메인을 일반 브라우저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리얼네임도메인, 평등할 수 있는 기회" 콤피아, 넷피아 기술력 꽃 피웠다

콤피아는 2011년 설립했고, 올해 한글 도메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의 서비스를 내놓는 데 10년이나 걸린 셈이다. 배진현 대표는 "한글(자연어) 도메인이 필요할까 많이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진현 대표는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광고해도 효과를 보기 힘든 작은 업체가 더 필요성을 느꼈다. 배 대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은 이삿짐센터가 있었다. 알리기 위해 키워드 광고를 했지만, 거대 이사 업체만 검색되더라"며 "(광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업체에서 많이 힘들어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글 주소로 일대일 대응되는 서비스는 효과가 확실하다. 한글로 이름도 알리고, 다른 업체가 잠재 고객을 가로채지도 않는다.

 현재 ‘리얼네임도메인’은 대표적으로 3가지 방법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콤피아
현재 ‘리얼네임도메인’은 대표적으로 3가지 방법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콤피아
콤피아의 전신 격인 넷피아 서비스도 여전히 유지하는 기업도 많다. 전성기 대비 10% 내외 수준이다. 배 대표는 "그동안 한글 도메인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는 기업이 끊이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콤피아는 넷피아가 구축한 ICANN(국제도메인관리기구), IETF(국제 인터넷 표준화 기구) 등 글로벌 네트워크도 그대로 사용한다. 콤피아가 도메인 표준을 만드는 기업 중 하나인 셈이다.

리얼네임도메인은 국내 서비스 안정화와 동시에, 글로벌 진출에 나선다. 배 대표는 "현재 진행하는 시리즈A 투자를 모집 중이다"며 "이에 맞춰 글로벌 진출을 타진 중"라고 전했다.

서비스의 최종 목표는 인공지능(AI)을 통한 대화형 도메인이다. 사용자의 자유로운 발화에 맞춰, 부합하는 정보와 사이트에 바로 연결하는 것이다.

도메인 일대일 대응도 유지된다. 배진현 대표는 "AI 등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는 물론, 한글 도메인 일대일 대응 정책은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며 "돈이 된다고 올릴 일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모든 업체가 인터넷과 포털에서 공평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