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10시, 주요 온라인 쇼핑몰 PC 카테고리에 일대 대란이 일어났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카드 지포스 30시리즈의 첫 타자인 ‘지포스 RTX 3080’ 정식 판매가 시작된 것. 대부분의 쇼핑몰에서 빠르면 수 초, 길면 수 분 내로 매진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주요 하드웨어 커뮤니티에서도 이날 밤 9시 즈음부터 정보 확인 및 교환을 위한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접속 폭주로 인한 사이트 느려짐 현상 등이 발생했다.

차세대 지포스 30시리즈의 첫 제품인 지포스 RTX 3080이 17일 밤 10시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 엔비디아
차세대 지포스 30시리즈의 첫 제품인 지포스 RTX 3080이 17일 밤 10시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은 이전 세대와 비슷한 가격에 월등한 성능 향상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발표 당시부터 주목받아왔다. 기대감에 불을 지핀 것은 공식 판매 전날인 16일 밤 10시를 기준으로 엔비디아가 직접 설계 및 디자인해 판매하는 ‘파운더스 에디션(FE)’ 제품의 성능이 정식으로 공개되면서다.

지포스 RTX 3080의 실제 게임 성능은 기본인 풀HD(1920x1080) 해상도에서 이전 지포스 20시리즈보다 약간 더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WQHD(2560x1440), 4K UHD(3840x2160) 등 고해상도로 올라갈수록 성능 향상 폭이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국내외 다수의 하드웨어 커뮤니티 및 인플루언서의 테스트 결과 4K 해상도에서는 게임에 따라 20%에서 최대 40%에 가까운 성능 향상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알려지면서 고해상도·고화질 플레이를 선호하는 게이머와 PC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려는 이들도 구매행렬에 몰려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17일 밤 지포스 RTX 3080 비 레퍼런스 제품의 초기 가격이 환율과 부가세 등을 고려해도 해외 판매가와 비슷한 수준인 90만원 중반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출시를 기념하는 다양한 추가 혜택까지 붙으면서 구매를 망설이던 이들까지 대거 몰렸고, 초도 물량이 순식간에 동이 나는 ‘대란’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포스 RTX 3080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이었던 토종 브랜드 e사의 경우, 10시 판매 시작과 동시에 공식 쇼핑몰이 일순간 다운됐을 정도로 판매자들이 몰려들었다. 상대적으로 11번가, 쿠팡, 인터파크 등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은 서버 다운 등의 문제는 없었지만, 순식간에 등록 제품들의 대부분이 매진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 들어온 지포스 RTX 3080 초도 물량은 총 100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PC용 그래픽카드 전문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17일 밤 공식 판매일에 대란이라 할 정도로 3080 제품들이 순식간에 매진됐지만, 다음 주부터 추가 물량이 계속 들어올 예정인 만큼 추석 이후로는 원활한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은 높은 인기와 신상품 효과, 품귀현상 등이 겹치면서 가격도 초기 판매가보다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엔비디아 공식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지포스 RTX 3080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 판매 시작 후 1초도 안돼 매진됐다. / 엔비디아
엔비디아 공식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지포스 RTX 3080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 판매 시작 후 1초도 안돼 매진됐다. / 엔비디아
이러한 매진 행렬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동시에 벌어졌다. 엔비디아가 홈페이지에서 직접 판매하는 ‘파운더스 에디션’ 역시 1초도 안 돼 ‘준비 중’ 메시지가 ‘매진’으로 바뀔 정도로 전 세계 구매자들이 몰려들어 순식간에 품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구매를 실패한 몇몇 인플루언서는 "실제 판매 제품은 없는 ‘페이퍼 런칭’이 아니냐"라며 불만을 표했다. 해외 매체 PC매거진이 엔비디아에 직접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일부 소수의 구매자가 지포스 RTX 3080 제품을 선점하기 위해 사람보다 반응 속도가 빠른 봇(bot)이나 스캘퍼, 매크로 등의 프로그램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해외 리셀러 사이트에는 부정적인 방법으로 구매에 성공한 지포스 RTX 3080 제품들에 웃돈을 붙인 매물들이 다수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각종 리셀러 사이트에 10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 정도의 웃돈을 얹은 지포스 RTX 3080 매물이 상당수 등장했다.

엔비디아는 PC매거진과의 대화에서 "스토어에서 봇과 스캘퍼를 막기 위해 주문을 수동으로 검토하는 것을 포함,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합법적인 고객에 대해서만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경험한 고객들에게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주요 쇼핑몰을 대상으로 지포스 RTX 3080 공급 물량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셀러 사이트에 등록된 지포스 RTX 3080 매물의 모습 / 최용석 기자
리셀러 사이트에 등록된 지포스 RTX 3080 매물의 모습 / 최용석 기자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