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활성화, 원격의료 범위·과실 책임소재 설정이 관건"

김연지 기자
입력 2020.09.19 06:00 수정 2020.09.21 09:45
법률사무소 정우 박재영 변호사 "원격의료 ≠ 원격진료"
현행 의료법 상 원격의료는 자문, 환자 모니터링에 국한
진료·처방 활성화, 법 개정 필수 "의료과실 책임소재 분명해야"

원격진료 도입을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한 ‘원격의료 범위 설정’과 ‘의료 과실 책임소재 설정’이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지병원이 18일 오후 온라인으로 개최한 ‘치매포럼’에서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변호사는 "현행법상 원격진료는 위법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왼쪽부터)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변호사와 송후림 명지병원 백세총명치매관리지원센터장 / IT조선
박 변호사는 원격의료 관련 법령인 의료법 제 33조 1항과 제 34조 1항에 원격진료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법 33조 1항에 의해 의료인은 예외 상황이 아니고서는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고 봤다. 34조 1항은 의료인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인과 의료인 간 자문 기능만 가능한 셈이다.

박 변호사는 "의료인과 환자의 비대면 원격의료 범위는 환자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통해 신체 상태만 확인하는 원격 모니터링에 국한된다"며 "진찰·처방 등 진료 행위는 이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거 판례를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과거 대법원은 화상통화로 치매환자 B씨를 진찰한 뒤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의료인 A씨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의료인과 환자가 동일 공간에서 의료행위를 수행(의료법 제 33조 1항)하지 않았다는 점과 현행 국민건강보호법이 원격진료에 대한 진찰료를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의료인 A는 당시 업무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이 원격진료를 통한 처방 사례 역시 위법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전화통화로 진찰한 뒤 전문의약품 처방전을 발행한 사례를 근거로 들며 "대법원은 진찰이 치료에 앞서 시행돼야 한다는 점과 처방전을 내릴 때는 객관성과 정확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화통화로 진찰이 이뤄질 경우, 의료인이 해당 환자를 과거 대면 진찰해 환자 특성 또는 상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이번 판례에서 만일 해당 의료인이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업을 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33조에 대해 기소됐다면 법원은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행 의료법은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원격진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박 변호사는 법 개정을 통한 ‘원격의료 범위 설정’과 ‘의료 과실 책임소재 설정’이 필수라고 밝혔다.

원격의료 범위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의료인이 ICT를 활용해 먼 곳에 위치한 환자에게도 원격의료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기서 원격의료의 범위는 진단 및 처방을 포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책임소재도 확실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격진료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원격진료를 행한 의료인의 과실 여부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라며 "이 문제가 개정안에 담긴다면 원격진료는 우리나라에서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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