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한 마디에 ‘K배터리' 긴장 해제… 배터리데이 관전포인트

이광영 기자
입력 2020.09.22 13:39
테슬라·CATL, 원가절감 배터리 발표 가능성 있어
실리콘 나노와이어 기술 공개 여부에 촉각
긴장감 높던 K배터리, ‘배터리 공급량 늘리겠다’ 머스크 덕에 긴장 해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에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테슬라가 전기차 생산 단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와 관련한 깜짝 발표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내재화, 전고체 배터리, 원가 절감 기술 개발 등 예상 시나리오와 관전포인트가 쏟아진다. 하지만 기존 협력사와 거래를 늘리겠다는 일론 머스크 CEO의 돌발 발언이 변수로 등장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업체가 한시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7월 9일 열린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 모습 / 유튜브
테슬라 주최 배터리 데이는 23일 오전 5시 30분(한국시각) 열린다. 테슬라가 사상 최초로 개최하는 배터리 기술·투자 설명회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은 것은 수명을 늘리고 단가를 낮추는 배터리 기술 발표 여부다. 테슬라는 가성비 좋은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배터리 내재화로 전기차 제조 원가를 낮추면 별도 보조금 없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21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기존 배터리 거래처인 LG화학 등으로부터 배터리 구매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제기된 배터리 내재화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쏙 들어간 분위기다.

그는 "우리는 파나소닉과 LG, CATL 같은 협력사로부터 배터리 구매물량을 줄이지 않고 늘릴 계획이다"라며 "우리 스스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배터리 공급사들이 최대한의 속도를 내더라도 2022년 이후에는 중대한 물량 부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 트럭 ‘세미’나 ‘사이버트럭’, ‘로드스터’ 등의 장기 생산에 영향을 줄만한 내용이 공개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머스크의 이 발언은 2022년 이후 자체 배터리 개발 의사를 나타낸 것이지만, 당장 배터리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테슬라 자체 배터리 생산·공급 계획을 뜻하는 ‘로드러너 프로젝트(Roadrunner Project)’가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배터리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주축인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용량과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하지만 이날 머스크의 발언을 유추하면 테슬라가 전고체 배터리에서 LG화학 등 협력사를 위협할 만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 / 테슬라
배터리 내재화가 아닌 원가 절감 기술 발표 가능성은 있다. 테슬라가 중국 CATL과 협업으로 배터리 단가에서 비중이 큰 코발트나 니켈 비중을 낮추거나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원가가 높은 코발트를 쓰지 않는 배터리다. 테슬라 모델3 중국 출시 모델에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는 CATL과 제휴해 수명을 160만㎞ 수준으로 늘린 ‘100만 마일 배터리’를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 나노와이어’ 기술이 발표될 것이란 추측도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를 알리는 홈페이지 배경에 나노와이어 구조와 비슷한 모양의 패턴이 그려진 그림을 내걸어서다.

실리콘은 충전할 때 팽창해 파손되는 치명적 단점이 있어 그동안 배터리에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실리콘이 리튬을 흡수하며 팽창할 때 부서지지 않게 만들 수 있다.

K배터리 업체는 이날 머스크 발언으로 긴장을 푼 모양새다.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 장벽을 낮추기 위해 CATL과 손을 잡더라도 전기차 전체 시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공급선 비중이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성능은 개선하고 원가는 낮추기 위한 업계 경쟁이 현재진행형이다"라며 "테슬라가 전기차 100만대를 양산할 2022년에도 배터리 내재화 물량은 성능 문제로 극미할 것이며, 협력사 공급을 늘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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