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제조사 리막 오토모빌리(이하 리막)의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 인수설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리막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가 슈퍼카 기술을 흡수할 수 있으며, 이는 고성능 차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슈퍼카 시대 개막을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부가티 시론 차량 모습 / 부가티
부가티 시론 차량 모습 / 부가티
24일 업계 및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 그룹이 리막에 부가티 브랜드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매각방식은 주식 스왑 거래가 유력하다. 부가티 소유권을 리막이 인수하고, 폭스바겐 그룹이 리막의 지분을 받는 구조다. 독일 현지 언론은 부가티 매각 거래로 폭스바겐 그룹이 리막의 지분 15.5%를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협상 초기 단계로 실제 계약까지는 여러 실무적인 절차를 거쳐야한다. 폭스바겐과 리막은 현재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폭스바겐 그룹이 재정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부가티 매각 의사가 강한 것으로 파악한다. 2019년 부가티 글로벌 판매대수는 82대에 그쳤다.

리막은 2009년 설립된 전기차 제조사다. 리막의 기술력은 고성능 전기차에 특화돼 있다. 리막은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등으로 구성된 고성능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차량 제어 및 응답성 향상을 위한 각종 제어기술 ▲배터리 시스템 등 분야에서 경쟁력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막은 2018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 하이퍼카 ‘C 투(C two)’가 업계 주목을 받았다 ‘C 투’는 최고출력 1888마력, 최고속도 412㎞/h, 0→100㎞/h 가속시간 1.85초 등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1회 충전으로 최장 400㎞까지 주행거리도 갖췄다.

부가티는 프랑스 기술자 에토레 부가티가 1909년 설립한 자동차 회사로, 1998년 폭스바겐 그룹이 부활시킨 고급 브랜드다. 부가티는 슈퍼카 이상의 성능과 역사로 ‘하이퍼카'로 분류될 정도로 자동차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2016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한 부가티 시론은 V8 4.0리터 엔진 두 개를 병렬 연결한 W16 쿼드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1500마력 이상의 성능을 자랑한다. 부가티는 강력한 성능만큼이나 대당 30억원을 호가하는 차 가격으로도 유명하다.

리막은 부가티 인수로 하이퍼카 개발 노하우와 브랜드 파워를 얻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 협력사들과 거래할 수 있는 카드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리막은 포르쉐 등 폭스바겐 그룹, 현대차그룹, 애스턴마틴 등 유수의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과 직간접적인 협업관계를 맺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9년 5월 크로아티아 리막 작업 현장에서 마테 리막 CEO(왼쪽에서 네 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9년 5월 크로아티아 리막 작업 현장에서 마테 리막 CEO(왼쪽에서 네 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는 2019년 5월 리막에 총 8000만유로(약 1100억원)에 달하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 지분 13.7%를 보유했다. 창업자 마테 리막은 지난 2006년 한국발명진흥회가 개최한 학생발명전시회에 국제 부문(국제청소년발명부문)에 참가해 금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과 연이 깊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리막과 함께 고성능 전기차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N브랜드의 미드십 스포츠 콘셉트카의 전기차 버전과 별도의 수소전기차 모델 등 2개 차종에 대한 고성능 시제품을 제작했고. 고성능 전동차 양산도 검토 중이다. 고성능 수소전기차 개발도 추진한다. 현대기아차가 리막을 통해 부가티의 하이퍼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리막 최대주주인 포르쉐와의 협업 강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포르쉐의 최초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개발에 리막이 상당부분 관여해서다. 특히 타이칸에 적용된 800V 고전압 충전기술과 전기차용 4WD 시스템 등에 리막의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티와 포르쉐가 모두 폭스바겐 그룹 산하 브랜드라는 점도 양사간 끈끈한 협업을 기대하게 되는 배경이다.

국산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분야에서도 고성능 차와 매력적인 브랜딩에 대한 시장 요청이 확대되는 추세다"라며 "기존 자동차 브랜드의 발전 양상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역시 고성능·고급 브랜드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