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차세대 지포스 30시리즈 그래픽카드가 요즘 PC 업계 화제다. 특히 9월 17일 출시한 ‘지포스 RTX 3080’이 괜찮은 가격에 실제 성능도 엔비디아가 호언장담한 만큼의 준수한 모습을 보이면서 초도물량이 전 세계에서 순식간에 동이 나는 등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제 시선은 24일 밤 정식 출시하는 두 번째 제품이자, 30시리즈 최상급 하이엔드 모델인 ‘지포스 RTX 3090’으로 쏠린다. 발표 당시만 해도 4K도 아닌 8K 해상도에서 게임을 시연하고,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커진 덩치로 지포스 30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8K 게이밍’을 강조하면서 소개됐던 지포스 RTX 3090 / 엔비디아
‘8K 게이밍’을 강조하면서 소개됐던 지포스 RTX 3090 / 엔비디아
하지만, 24일 출시를 앞둔 지포스 RTX 3090에 대한 기대감은 발표 당시만 못한 모습이다. 2인자로 등장해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낮던 3080이 예상 이상의 준수한 성능과 우수한 ‘가격 대비 성능’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나올 지포스 RTX 3090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관심은 4K 60프레임 유지 가능성…3080에 ‘엄지척’

엔비디아가 지포스 30시리즈를 선보일 때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은 ‘8K 게이밍’이 아니었다. 그저 ‘4K(3840x2160) 해상도에서 평균 60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2년 전 출시한 지포스 20시리즈가 ‘4K 60프레임’의 완전 정복에 실패하면서 소비자들은 ‘진정한 4K 게이밍 시대’를 열 차세대 그래픽카드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런 상황에 등장한 지포스 RTX 3080은 현재 출시된 게임들의 대부분을 4K 해상도에서 최상급 화질로 즐길 수 있는 성능을 입증했다. 그로 인해 3080의 성능을 확신하지 못해 3090을 노렸던 이들 중 상당수가 되려 3080로 선회했다. 무리하게 거금을 들여서까지 3090을 반드시 구매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나온 엔비디아의 RTX 3090 성능 부분 언급. 가격은 두배가 넘으면서 성능 향상폭은 최대 15% 수준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 커뮤니티 갈무리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나온 엔비디아의 RTX 3090 성능 부분 언급. 가격은 두배가 넘으면서 성능 향상폭은 최대 15% 수준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 커뮤니티 갈무리
게다가 엔비디아가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RTX 3090의 4K 해상도에서 게임 성능은 3080보다 평균 10%~15% 정도만 더 높다. 이 정도 차이면 일부 극소수의 하드웨어 마니아가 아닌 이상, 무리해서 3090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다.

가격대비 성능에서 RTX3080 못이겨

가격 또한 소비자 마음을 돌렸다. 출고가 기준 가격이 699달러(82만원, VAT 제외)부터 시작하는 지포스 RTX 3080은 한국 정식 출시 가격이 거의 90만원 중후반(VAT 포함)이다. 초기 프리미엄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이는 같은 699달러에 선보였던 이전 세대 최상급 모델 ‘지포스 RTX 2080 Ti’의 출시가격(120만원~130만원대)보다 훨씬 저렴하다.

물론, 초도물량이 순식간에 동나면서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좀 오르긴 했지만, 향후 안정적인 물량이 공급되어도 100만원 안팎의 가격을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반면, 출고가 기준 가격이 2배가 넘는 1499달러(176만원, VAT 제외)부터 시작하는 지포스 RTX 3090은 한국 정식 출시 가격이 최소 20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4K에서 평균 10%~15%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해도, 그 때문에 200만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기란 훨씬 부담스럽다.

일단 24일 밤, 전문가들의 테스트 결과가 공개되어야 실체가 드러나겠지만, 결국 지포스 RTX 3090은 누구나 쉽게 쓸 만한 제품이 아닌, 쓸 사람들만 쓰는 그런 제품이 될 전망이다. 처음부터 가격은 물론, 24GB에 달하는 메모리 용량과 하드웨어 구성은 이전 세대까지 전문가용으로 선보였던 ‘타이탄(TITAN)’ 제품군처럼 극소수의 하이엔드 마니아나 본격적인 연구·개발용 워크스테이션에 더 어울릴 법한 제품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