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토스랩 대표 인터뷰
협업툴 시장에 단단히 뿌리내린 잔디
韓 시장 등에 업고 아시아로, 세계로
서비스 5년만에 사용자 200만명 돌파…270억원 누적 투자 유치

잔디는 생명력이 강하다. 성장 속도가 빠르며 더위는 물론 추위에도 잘 견딘다. 스타트업 토스랩이 운영하는 업무용 협업툴 ‘잔디’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시작 5년 만에 사용자 수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네이버·NHN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협업툴 시장에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카카오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워크의 등장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경쟁력은 무엇일까. 김대현 토스랩 대표는 ‘현지화’를 강점을 꼽았다. 서비스를 시작한 2014년 당시 슬랙 등 글로벌 기업이 협업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잔디는 아시아 지역의 조직문화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봤다. 사용성에 집중하되 파일 관리, 보안 등 일상용 메신저의 한계를 보완했다.

현재 무신사, 와디즈 등 스타트업뿐 아니라 LG CNS, CJ 그룹 등 대기업도 잔디를 사용한다. 산업 분야도 IT, 식음료, 제조, 건설, 의료 등 다양하다. 잔디는 코로나19로 원격 근무가 확산하면서 늘어난 협업툴 수요를 기회로 삼아 몸집을 키울 계획이다.

김대현 토스랩 대표 / 토스랩
김대현 토스랩 대표 / 토스랩
철저한 현지화로 협업툴 강자 자리 "놓치지 않아"

김대현 토스랩 대표는 IT조선과 만나 "네이버와 카카오가 B2C 시장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지만 B2B 시장은 다르다"며 "5년 간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있고 가입자 200만명을 달성한 경험도 힘이 된다.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창업 전 티머니에서 해외사업, 티몬에서 신사업을 담당했다.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업무 환경을 골고루 경험했다. 조직 문화가 다르지만 회사 경쟁력은 협업과 소통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비효율적인 업무 과정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로 협업툴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슬랙이 주목받는 걸 보며 필요성을 확신했다.

예상이 맞았다.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협업툴 시장이 급성장했다. 잔디 이용자 수도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80% 이상 늘었다. 투자자들도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토스랩은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40억원을 투자받아 총 270억원의 누적 투자액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협업툴 시장 경쟁이 치열한 것은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초반에는 제품 개발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기술 개발과 마케팅·세일즈를 고도화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기회…아시아 시장 주목

토스랩은 국내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 이미 대만·일본·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약 60개국에서 20만개팀이 잔디를 쓰고 있다. 북미나 유럽 시장에 비하면 아시아 시장은 규모가 작지만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2024년 글로벌 협업툴 시장이 약 5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인 가운데 아시아 시장 규모는 2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아시아 시장은 위기이자 기회다"라며 "협업툴 도입 속도가 더디고 유료 결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비대면 업무로 인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경쟁 기업이 해외보다 국내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잔디는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토스랩 사외이사 및 자문단 / 토스랩
토스랩 사외이사 및 자문단 / 토스랩
토스랩은 최근 투자 유치와 함께 사외이사와 자문단을 새로 꾸렸다.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사외이사에는 티몬 창업자 신현성 의장과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총괄(CSO), 이준효 SBI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선임했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등 국내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전문가는 자문단으로 영입했다.

김 대표는 "회사는 대표 중심이 아니라 이사회 중심으로 권력을 견제하면서 나아가야 한다"며 "전문가들의 네트워크와 조언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잔디, 아시아 ‘슬랙’ 될 터

그의 최종 목표는 잔디를 아시아의 슬랙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과 대만, 일본에서 입지를 다진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중동 지역도 눈여겨보는 시장 중 하나다. 서비스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도 고도화해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링크드인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기업이 없다"며 "아시아 SaaS 시장 1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