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페이스북이 1만2000평 규모 신사옥을 공개했다. 국제 규격 축구장 관람석까지 포함하는 면적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전체 공간을 완전 개방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모든 구성원이 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곳’ 임을 강조했다. CEO인 쥬커버그도 같은 크기의 책상을 쓰며 일반 직원들과 섞여 앉아 일을 한다.
공간 뿐만 아니다. 문화도 개방적, 수평적이며 자유스럽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자유분방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건물 옥상에 수 Km의 산책로도 조성했다. 걸으며 사색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우리네 방식은 완전히 반대다. 공간은 폐쇄적이다. 직급별로 차별적이다. 문화 또한 끼리끼리이며 수직적이다. 심지어 조직까지 비민주적으로 운영한다.
공공, 민간 가릴 것 없다. 조직 상부에 있는 사람들의 공간 구조가 조직의 효율과 문화를 망가뜨리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백 명 이상의 일반직원이 사용할 정도의 공간을 대여섯 명의 임원(간부)이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 직원들은 모여 소통하고 일할 장소도 모자란데 높은 사람은 꼼짝 않고 제 방, 제 자리로 불러 모아 모든 일을 처리하려 한다. 방 안에 널찍한 책상에 전용 회의용 탁자에 접견용 소파, 심지어 침대와 전용화장실까지 마련한 경우도 있다. 이런 은밀한 환경은 가끔 위계에 의한 성범죄를 일으키는 빌미를 만들기도 한다.
전 직장에서 사장이 되어 방을 물려 받았다. 그 방의 크기도 20여평에 역시 내실에는 침대와 화장실도 있었다. 화장실을 메워 버리고 나까지 포함해 모든 임원들의 방을 3.5평으로 줄였다. 생각해보니 과거에 국가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한 활동을 하던 관습이 남아 있어서 그랬던 듯하다.
회의나 대화를 할 때는 높으나 낮으나 구분 없이 필요한 장소를 사전 예약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혼자 만 쓰는 사유 공간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공유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페이스북처럼 하지는 못하더라도 직급별로 차등적인 업무 환경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누구나 대한민국은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라고 여긴다. 정치적인 제도 민주화를 쟁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 조직의 운영을 들여다 보면 민주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이 지켜지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는 자율과 창의를 추구할 수 없다. 이제 시키는 대로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 만들어 내어야 한다. 현 대한민국이 잘 굴러가지 않고 자꾸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한 게 아닌가 싶다. 시대 변화를 담아낼 그릇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너무 멀리 또는 너무 크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어떤 형태가 되었 건 모두가 속한 조직 안에서 변화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아쉽게도 지난 10여년 간 크고 작은 조직의 장들을 수도 없이 만났으나 이런 미래지향적 철학과 실행력을 갖춘 리더를 찾기가 어려웠다.
"내 방으로 다 오라고 하세요." 우리 사회에서 빨리 사라져야 할 말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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