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근거 꾸준히 요구했으나 답변 없어"

"정부는 PC카페(PC방)를 여전히 20년 전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PC카페는 비행청소년이 주로 방문하고, 안에서 누구나 담배를 뻑뻑 피던 이전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바뀌었습니다. 정부와 공무원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경기 용인에서 PC카페를 운영하는 김기홍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대표의 말이다.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는 8월 PC방 고위험시설 지정과 영업 중지 조치 관련 대책을 논의하던 수도권 지역 PC카페 사장 200명쯤이 모여 자연스럽게 설립한 단체다. 최근에는 단체의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됐고, 전국 PC카페 사장 1000명쯤이 참여한다.

김기홍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대표 / 오시영 기자
김기홍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대표 / 오시영 기자
연합회의 목표는 한결같다. ‘PC카페를 고위험 시설로 지정한 것 자체가 부당한 결정’이라는 주장을 알리고, 해당 행정 명령을 취소하는 것이다. 연합회는 이를 위해 정부에 ‘PC카페를 고위험시설군에 분류한 근거’를 제시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으나 아직 어떤 답도 받지 못했다.

김 대표는 "PC카페 업계는 기본적으로 시설 투자업이다. 어떤 점이 위험한지 들으면 이를 바탕으로 시설에 투자해 안전하게 발전하고 싶어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어떠한 근거 자료도 준 적이 없다. 이미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울이는 데다가 위험 요소가 나오면 개선할 의지도 충분한데, 그럴 수 없어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또한 "2달간 정부에게 들어본 말이라고는 근거 설명이 아니라 명령이 전부였다. 공무원들이 명확한 근거 없이 단지 ‘생각 속에 있는 위험성’에 따라 PC카페를 제재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당한 행정조치를 지금 고치지 않으면 이후에도 PC카페가 문을 닫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연합회는 이를 막고자 결성한 단체다"라고 말했다.

연합회, 자체 조사로 근거 마련해 지자체에 꾸준히 대화 요구

PC카페 고휘험시설 지정 근거를 알려달라고 요청해도 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PC카페 사장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발단은 정부 보도자료에 적힌 글귀였다.

‘고위험 시설로 지정됐더라도, 조건을 충족하면 중위험 시설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보고 수도권 PC카페 사장들이 자체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 14일 경기도청을 찾아간 것이다.

연합회는 도청 앞에서 ‘목소리를 들어줄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는 구호를 내걸고 무려 10시간이나 ‘침묵시위’를 벌였다. 연합회는 결국 시위 끝에 경기도 미래정책관과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연합회는 고위험기준 지표 6가지에 PC카페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체 조사 결과와 고위험시설 지정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의견을 수용한 경기도 미래정책관이 PC카페 업계를 대신해 도지사급이 모인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브리핑을 진행했고, 결국 중위험 시설로 내려가게 됐다는 것이 김 대표 설명이다.

연합회가 자체 조사해서 첨부한 자료가 정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는 "당시 경기도 미래정책관에게 들은 말이 기억이 난다. 시위하러 오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직접 실태 조사와 근거를 마련해 찾아오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며 "연합회의 자료 덕분에 중대본에서도 의견이 잘 수렴될 수 있었다며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경기도청과 미래정책관이 PC카페 업계를 이해하려 많이 노력하고, 소통 창구도 다수 마련해준 덕에 PC카페 업계 목소리를 정부와 다른 지자체에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가 경기도청과 정부에 제시한 PC카페 수익구조 자료 중 한 페이지 /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가 경기도청과 정부에 제시한 PC카페 수익구조 자료 중 한 페이지 /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정부는 14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 차례 완화하고, PC카페를 고위험시설에서 제외한 후 ▲미성년자 출입 금지 ▲좌석 띄어앉기로 손님 간 거리 확보 ▲음식물 취식 금지(음료·물은 제외) 조건을 붙여 PC카페 운영을 허용했다. 중위험시설에 강제 조항을 붙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PC카페 업계에서는 정부 조치를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PC카페를 중위험 시설로 분류한다면서도 여전히 강제 여전히 다른 중위험시설과 달리 조건을 여러개, 강제 적용하는 탓에 근본적으로 고위험 시설로 지정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PC카페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PC카페 사업에서는 PC 이용요금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 판매로 수익을 낸다"며 "PC카페는 24시간 운영하는 업종이므로 파트타임 잡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에서 주 수익원을 막은 탓에 파트타임 잡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해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연합회는 21일과 24일 경기도청을 방문해 면담을 더 진행했다. 이 중 24일 면담에서 연합회는 정부 조치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지적하기 위해 PC카페 수익구조를 자체 조사한 자료를 전달했다.

결국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추석 특별방역기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음식점과 형평성을 고려해 PC카페 음식 판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선 추석 종합대책에서는 음식을 허용했지만, 이후에도 허용할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다"라며 "음식판매 금지 외에도 여전히 PC카페에만 적용하는 각종 수칙이 있다. 연합회는 행정 오류가 있는 부분이나 부당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꾸준히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기홍 대표 / 오시영 기자
김기홍 대표 / 오시영 기자
PC카페 업계의 수익구조나 노력 모르고 내린 정부 결정 아쉬워
향후 사회공헌 통해 PC카페 업계 인식 개선 나서자는 의견도

김 대표는 PC카페가 최소한 같은 중위험시설처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합회의 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음식을 계속 팔게 해주고, 일행만 붙여 앉을 수 있도록 하고, 미성년자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공무원이 PC카페에 직접 나와 실태조사를 하거나 특정 양식을 마련해서 PC카페 사장이 직접 안전성을 검증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이는 어렵지 않으니 열심히 협조하겠다"며 "소상공인이 가장 어려웠던 시점에, 절체절명의 순간에 내려진 결정이 PC카페 업계의 수익구조나 노력을 모르는 분들에 의해 나왔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합회는 PC카페 사장이 자연스럽게 모인 단체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PC카페 사장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정부 부처의 PC카페 관련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합회가 장기적 관점에서 영리 사업보다는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사장들 사이에서는 향후 낙후된 공무원 PC를 손보는 활동을 진행하거나, PC카페에서 e스포츠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풀뿌리 e스포츠’를 육성하는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는 일 등 다양한 생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운영하는 PC방에 방역 수칙을 안내문을 다수 붙여뒀다. / 오시영 기자
김 대표는 운영하는 PC방에 방역 수칙을 안내문을 다수 붙여뒀다. / 오시영 기자
김 대표는 PC카페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자꾸 PC카페와 다른 업종 소상공인의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PC카페는 다른 시설과 우열을 따진 적이 없다"며 "그런데도 자꾸 기사에서 다른 소상공인과 싸움을 붙이는 듯한 논조로 언급이 되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데 가게를 왜 굳이 열려고 하느냐는 목소리가 있는데, PC카페 산업은 PC, 주변기기, 유통 산업 등 다른 산업군과 거미줄처럼 얽혀있다"며 "PC카페가 문을 닫은 기간에 연관 산업군에서도 기업이 줄도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단지 문을 닫는다고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를 김 대표 개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연합회 전체의 의견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단지 모두의 입장을 정리해서 이야기를 할 뿐이고, 실제로는 PC카페 사장님의 목소리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실제로 연합회의 모든 활동에 사장님들이 참여해 함께 노력했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