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절대 도입하지 않겠다던 삼성전자가 OLED 기반의 퀀텀닷(QD)-OLED TV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QD-OLED가 높은 생산단가와 수율(전체 생산 제품 중 합격품 비율) 문제 등을 해결한다면 차세대 TV로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최근 "확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원론적으로 QD-OLED TV 출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시장이 여물고 사업적 측면에서 도입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
앞서 삼성전자는 LG와 TV 화질전쟁 당시 OLED TV 출시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드러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OLED TV를 영원히 내지 않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절대 안 한다"며 "삼성전자는 OLED TV를 안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향후 QD-OLED TV를 출시할 경우 이같은 입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셈이다.

하지만 한 사장의 발언을 놓고 해석에서 오해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자업계는 당시 발언이 번인을 우려하고 삼성전자 TV 특유의 장점을 발휘하기 어려운 현재 기술 수준의 OLED를 지칭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해석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대중화 된 OLED 보다 한 단계 앞선 QD-OLED 기술을 향후 도입하는 것이 이상한 그림은 아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QD-OLED를 OLED에 방점을 둔 제품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를 QD디스플레이로 부르는 것도 QD-OLED를 QLED처럼 퀀텀닷의 기준을 적용한 제품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7월 1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QD 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이동훈(왼쪽 여덟 번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7월 1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QD 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이동훈(왼쪽 여덟 번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다만 삼성전자의 QD-OLED TV 도입은 시장 성장 가능성과 생산 단가 및 기술력 개선이 선행할 경우에 따른 시나리오다.

현재의 QD-OLED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서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월 65인치 4K TV 기준 LCD의 평균 생산 단가는 336달러(39만3000원), LG디스플레이의 OLED 생산 단가는 950달러(111만1000원)다. 하지만 QD-OLED의 초기 생산 단가는 2000달러(234만원)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생산 단가가 높다.

초기 생산량과 수율 문제 극복도 관건이다. OLED는 TV용 대형 패널로 만드는 기술이 매우 어려워 불량률이 높다. LG디스플레이도 OLED 수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3년이 걸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소니·샤오미·파나소닉 등에 QD-OLED TV 시제품을 제공했을 당시 삼성전자가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QD-OLED 도입에 앞서 QLED TV 라인을 2021년에도 지속 판매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제품군에 ‘미니 LED TV’를 추가할 계획이다.

미니 LED는 발광소자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뒤편에 촘촘히 심은 제품이다. 기존 LCD TV와 비교해 두께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질 또한 월등하다. 수율을 안정화한 OLED TV와 지속 경쟁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가 QLED를 잇는 차세대 프리미엄 TV로 어떤 디스플레이를 낙점할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QD-OLED 전환에 사활을 거는 만큼 그동안 패널 물량의 30~40%를 공급받은 삼성전자도 계열사 입장을 최대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QD-OLED 기술의 전반적 개선이 이뤄지는 과도기인 2021년에 미니LED를 적절히 활용하며 TV 시장을 이끈 후 2022년부터 QD-OLED TV를 도입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도 QD-OLED 기술 도입을 유효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자회사가 좋은 패널을 개발했는 데 우려하는 부분이 개선된다면 굳이 쓰지 않을 모회사는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